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본동 노량진 배수지에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 공사(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상수도관을 가설하는 공사)를 하던 인부 7명이 갑자기 불어난 한강 물에 수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주임 임경섭(44)씨 등 6명이 수몰된 채 실종됐고, 조호용(60)씨는 구조됐지만 숨졌다. 이날 중부 지방의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크게 늘면서 한강 수위가 급속히 상승하는 중이었지만 인부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작업을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인부들은 노량진 배수지와 흑석동 상수도관을 연결하는 깊이 40여m 작업장에 있었다. 인부들은 노량진 배수지 쪽 입구로 작업장에 진입했다. 사고는 오후 5시 30분쯤 흑석동 상수도관 쪽 맨홀을 통해 한강 물이 유입되면서 발생했다. 개방돼 있던 이 맨홀은 지상 6.8m 높이인데 한강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한강 수위가 맨홀보다 50㎝ 높은 7.3m에 달해 맨홀로 물이 유입된 것이다. 인부들은 맨홀 쪽에서 유입되는 한강 물을 막기 위해 게이트로 흑석동 쪽 입구를 차단한 채 작업 중이었지만, 게이트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서 작업 현장으로 물이 들이쳤다. 인부들은 급히 대피했지만 갑자기 들어온 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홀로 구조된 조씨도 결국 숨졌다.

(왼쪽 사진)15일 오후 5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에서 상수도관 공사를 하던 인부 7명이 수몰돼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자 119구조대원들이 수몰된 인부들을 구하기 위해 긴급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15일 오후 5시쯤 일어난 서울 동작구 본동 노량진 배수지 사고로 인해 서울 한강대교 인근 올림픽대로가 부분 통제되고 있다. 경찰은 수몰된 인부들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의 통행을 위해 올림픽대로를 통제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전날부터 중부 지방에 계속된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높아진 상태였고, 15일에도 중부 지방에 비가 계속됐지만 상수도관 공사 시공사인 C건설과 하도급 업체 D사는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작업을 강행했다. 이날 사고 현장 공사는 내년 4월 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어서 한강 상류 지역에 폭우가 내린 이날 굳이 작업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숨진 조씨가 안치된 영안실을 찾은 D사 관계자는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왜 공사를 계속했는지 모르겠다"며 "회사 고위 간부가 아니어서 현장 상황은 잘 모르지만 직원들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상류에서 유입되는 수량이 늘어나자 팔당댐은 오후 1시 30분쯤부터 방류량을 초당 5000~8000t에서 1만2000t으로 늘려 한강 수위가 급속히 높아졌다. 그러나 인부들에게 공사 중단을 지시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서울 동작소방서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서는 팔당댐 방류나 한강 수위 상승과 관련해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총제적인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강 수위의 변화를 공개할 뿐 별다른 위험 경고를 하지 않았고, 한강 주변 시설물을 관리해야 할 서울시 역시 급격한 수위 상승이 계속되는데도 한강 주변 공사 현장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후 10시 40분쯤 현장에 도착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종자를 수색·구조하기 위해 소방본부 등 기관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며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후에도 한강 수위가 내려가지 않아 구조 작업도 차질을 빚었다. 실종된 인부들을 구출하기 위해선 작업장에 가득 찬 물을 빼야 하지만 수위가 낮아지지 않아 사고 발생 7시간이 지나도록 별다른 구조 작업조차 벌이지 못했다.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 측은 사건 발생 후에도 인부 가족에게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