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광준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에게 징역 7년에 벌금 4000만원과 추징금 3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받은 10억원 가운데 다단계 사기업자 조희팔씨 측근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받은 2억7000만원과 포항 사업가에게서 받은 5400만원, 기타 향응 접대 받은 돈을 포함해 3억8000여만원에 대해 청탁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유진그룹으로부터 받은 6억여원 가운데 5억4000만원과 알고 지내던 여성으로부터 받은 8000만원은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는 수사상 필요할 때는 관할 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 어떤 사건이든 검사의 일반적인 직무 권한 범위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의 경우 "언제든 직무 대상이 될 수 있는 대기업 총수 일가나 사업가들을 무분별하게 사귀면서 그들로부터 거액의 금품과 향응을 지속적·반복적으로 받았다"고 했다. 검사는 지금 당장의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나중에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검찰은 그동안 검사 비리가 적발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면 적당히 넘어가곤 했다. 검찰 지휘부의 생각이 이랬으니 검사들이 업자로부터 술과 골프 접대를 받으면서도 대가성이 없다는 걸 핑계로 진작 청산해야 할 범죄적 관행을 여태까지 답습해왔다.

김광준 전 부장검사에 대한 7년형 선고는 검찰의 한심한 행태에 대한 단죄(斷罪)라고 할 수 있다. 대가성을 따져 유·무죄를 가린 이번 판결은 공무원 부패를 없애려면 금품을 받은 공무원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해야 한다는 김영란법(法)을 원래 취지대로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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