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0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나중에 대운하로 바꿀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추진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 취임 다음 해인 2009년 정부의 4대강 마스터플랜 발표(6월 8일)에 앞서 청와대가 2월 9일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른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국토부 기획단에 제시했고, 이에 따라 기획단은 4월 8일 '보의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運河) 추진에 지장 없도록 계획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또 4월 17일 국토부 회의엔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해 "물그릇을 4.8억㎥에서 8억㎥로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강·낙동강을 연결하는 대운하 사업을 민자(民資)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임기 첫해인 2008년 6월 19일 광우병 사태 수습책을 발표하면서 "대운하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운하 계획을 공식적으로 접었다. 그러면서 그해 12월 운하 계획을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변경하면서 준설량을 2.2억㎥로 잡고 재정 조달 방식도 민자에서 정부 투자로 바꿨다. 이 계획 역시 얼마 안 가서 다시 변경됐다. 2009년 6월 발표된 마스터플랜에선 준설량을 5.7억㎥로 늘려 수심이 2.5m에서 6m로 깊어졌고, 높이 1~3m 소형 보(洑) 4개를 설치하겠다던 당초 계획을 높이 4~14m 중·대형보 16개 설치로 변경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주무 장관들은 "4대강 사업은 대운하와 전혀 관련 없는 사업"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래 놓고선 여차하면 4대강에서 화물선이 다니는 걸 전제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국민을 기만한 행위이고, 운하로 개조(改造)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설계를 하는 바람에 사업비가 13조9000억원에서 18조3000억원까지 늘어났다면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감사원이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감사를 하고는 "특별한 문제 없다" "공사가 부실했다"는 식으로 발표해놓고 정권이 바뀌자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고 나선 것 역시 문제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의 정치적·법률적 책임과 함께 감사원의 존재 의의(意義)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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