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 우리 아기 초음파 봐주세요. 아들일까요? 딸일까요?"

임신부 A(32)씨는 7일 임신·출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 태아 초음파 동영상을 올렸다. A씨는 "동영상에 아기 다리 사이가 살짝 찍혔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씀을 안 해주신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이 글에 "딸인 것 같네요. 축하해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임신 초기 예비 엄마들이 인터넷을 통해 태아 성 감별을 받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출산 경험이 없는 임신부들은 초음파 동영상으로 성 감별을 할 줄 아는 네티즌들에게 의견을 구해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 성별을 알려달라고 한다. 태아 초음파 동영상을 보면 임신 16주쯤부터 성 감별이 가능하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의료법상 병원에서 성별을 알려줄 수 있는 시기는 이보다 한참 뒤인 임신 32주 이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아들과 딸의 초음파 사진을 비교하며 성 감별 하는 요령에 대해 설명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 이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태아 초음파 사진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났다.

이 때문에 32주 이전 성 감별을 불법으로 규정한 의료법이 유명무실해졌는데도 이를 손보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 조항은 아들 딸 골라 낳기를 원하는 부부의 불법 낙태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임신 24주만 돼도 낙태가 거의 불가능한데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성별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손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신부 B씨는 "태아보험은 성별에 따라 보험료가 다른데 무조건 보험료가 비싼 남자아이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보험료를 정산해서 돌려받게 돼 있다"며 "이렇게 번거롭게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태아 성별을 일찍 알면 특정 성별에만 나타나는 유전적 질병을 예측해 대비할 수 있는 등 장점도 많다고 지적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임신부의 알 권리를 위해 성 감별을 조기에 허용하고, 대신 불법 낙태 단속 강화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태아 성 감별 고지 금지 규정은 2008년 7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점차 완화되고 있다. 2009년 12월에는 32주 이후 성 감별을 허용하도록 의료법 개정이 이뤄졌고, 2011년에는 행정처분 규칙 개정으로 불법 성 감별에 따른 처분이 면허취소에서 면허정지로 완화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불법 성 감별로 의사가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