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몰수게임이라도 당했으면 했다".

KIA는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7회초 2사 1루에서 김주찬의 타구가 안타에서 아웃으로 판정이 번복되자 선수단을 철수시켰다. 연이틀 결정적인 순간 심판들의 판정 및 운영 미숙에 잔뜩 화가 난 선동렬 감독은 강력한 어필로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경기는 16분이 중단된 뒤에야 가까스로 재개됐다.

▲ 최악의 상황, 몰수게임 두 번 있었다

이때 선동렬 감독의 화를 겨우 누그러뜨린 것이 바로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자"는 코치들과 경기감독관의 간절한 호소 때문이었다. 선 감독은 "진짜 몰수게임이라도 당했으면 했다. 다들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몰수게임은 프로스포츠에서 있어서는 안 될 금기사항으로 취급받는다.

올해로 32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에도 몰수게임 사례가 있다. 원년이었던 1982년과 1985년 두 차례 있었는데 모두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이었다. 그 이후 28년째 몰수게임은 프로야구에 나오지 않고 있다.

최초의 몰수게임은 1982년 8월26일 대구구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삼성에 2-5로 뒤지던 MBC가 몰수패를 당했다. 4회말 삼성 공격 때 더블 플레이를 저지하려던 1루주자 배대웅이 MBC 2루수 김인식과 충돌했고, 이에 화가 난 김인식이 배대웅의 얼굴을 때리며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당시 김동앙 주심이 두 선수의 흥분을 가라앉힌 뒤 먼저 폭행을 가한 김인식에게 퇴장을 명했다. 하지만 백인천 감독이 불응하며 MBC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고, 25분 뒤 몰수게임이 선언됐다. 경기는 삼성의 9-0 몰수게임승으로 기록됐다.

두 번째 몰수게임은 1985년 7월16일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당시 OB와 MBC가 5-5로 팽팽히 맞선 6회말 1사 1·3루에서 MBC 1루 주자 박흥식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협살에 걸리는 사이 3루 주자 유고웅이 홈에 들어와 균형이 깨졌다. 그러나 OB 김성근 감독은 박흥식이 쓰리피트 라인을 벗어났으므로 아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김양경 2루심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김성근 감독은 선수 전원을 철수시켰고, 이근우 주심이 5분의 여유를 주고 경기 속행을 지시했으나 이에 불응하자 김 감독을 퇴장시켰다. 다시 5분 안에 감독대행을 지정하고 경기 속행을 요구했으나 OB가 따르지 않아 몰수게임이 선언됐다.

▲ 몰수게임 규정과 기록 처리는?

프로야구 경기규칙 4.15에는 몰수게임 조항을 살펴보면 (a) 주심이 경기 개시 시간에 플레이를 선고하고 나서 5분이 지나도 경기장에 나오지 않거나 경기장에 나왔더라도 경기를 거부했을 경우(그러나 늦어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심이 인정할 때는 관계없다) (b)경기를 지연시키거나 단축시키기 위해 명백히 술책을 썼을 경우 (c) 주심이 일시정지 또는 경기종료를 선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속행을 거부하였을 경우 (d) 일시정지 후 주심이 "플레이"를 선고하고 나서 1분 안에 경기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을 경우 (e) 심판원이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집요하게 반칙 행위를 거듭하였을 경우 (f) 심판원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가 적당한 시간 안에 이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 (g) 더블헤더 제1경기가 끝난 뒤 20분 안에 제2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 해당한다.

몰수게임시 기록 처리는 어떻게 될까. 1982년 몰수게임 당시 공식 경기 스코어는 9-0 삼성의 몰수게임승으로 남아있다. 몰수게임 선언시 상황이 4회로 정식경기 성립 요건이 되는 5회가 채워지지 않아 양 팀과 개인 기록이 무효 처리됐다. 1985년의 몰수게임 경우에는 정식경기 성립 조건인 5회를 채워 6회까지 스코어 6-5 그대로 MBC 승리로 기록이 인정됐다. 만약 몰수게임패를 당한 OB가 리드하고 있었다면 승리-패전투수를 제외한 나머지 기록만이 공식으로 인정된다.

▲ 몰수게임에 따른 징계는

그렇다면 징계는 어떻게 내려졌을까. 1982년에는 MBC 구단에 제재금 200만원과 함께 당일 입장료 및 TV 중계권료 전액을 배상토록 했다. 백인천 감독에게는 제재금 100만원과 5경기 출장정지, 김인식에게는 제재금 10만원, 김동앙 주심에게는 제재금 20만원 및 5경기 출장정지, 박명훈 2루심에게 제재금 10만원 및 5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이뤄졌다. 1985년에는 김성근 감독에게 제재금 50만원과 4경기 출장정지, 이근우 주심에게 제재금 20만원과 5경기 출장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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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