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정치적 공방만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의 실체가 드러났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주변 강국들과 외교를 해왔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따른 부작용이 앞으로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24일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회담 내용의 진위에 대한 국론 분열의 심화"를 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공개 후에 남남 갈등과 국론 분열이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개 다음 날인 25일 여야 정치권은 노 전 대통령 발언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NLL 포기 발언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NLL 포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반대 해석을 하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도 격렬한 어조의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남남 갈등뿐 아니라 남북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비밀을 전제로 한 대화 내용을 정부가 공개함에 따라 북측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남북 관계의 기준으로 삼는 6·15, 10·4 선언을 근본적으로 훼손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했던) '신뢰의 벽돌'이 아니라 '불신의 벽돌'을 쌓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통일 관련 국책 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최고 존엄'으로 여기는 김정일의 발언이 여과 없이 공개됐기 때문에 향후 남북 관계 복원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가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외교 안보 사안을 정파적 이익에 희생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 주재하는 한 외국 외교관은 "우리는 이번 사태를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무엇을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도 "정상 간 비공개 대화가 공개되는 나라와 어떤 나라가 허심탄회한 얘기를 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회의록 공개로 치달아온 청와대와 국정원, 여야를 모두 비판하며 "나라가 온통 뭔가에 씐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