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에 대해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며 "나는 위원장님하고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NLL은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24일 2급 비밀인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 문서로 재분류한 뒤 발췌본과 함께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했다. 본지는 이날 국정원이 비밀 해제한 대화록 전문과 발췌본을 모두 입수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관계에 대해 "(해방 이후 내내) 우리가 미국에 의지해왔다. 친미 국가라는 건 객관적 사실"이라며 "남측에 어떤 정부도 하루아침에 미국과 관계를 싹뚝 끊고 북측이 하시는 것처럼 이런 수준의 자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들어서시기 전까지는 (남한 정부는) 점진적 자주에 대한 의지도 없었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주적(主敵) 용어 없애버렸다"면서 북한 급변 사태 대응을 위한 '작전 계획 5029'에 대해 "미국이 만들어 가지고 우리한테 가는데, 그거 지금 못한다. 이렇게 해서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북핵(北核) 문제에 대해선 "이번에 가서 핵 문제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오라는 주문이 많다. 그런데 그것은 되도록이면 가서 판 깨고…판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주장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김정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합의된 것으로 발표됐던 서울 방문 약속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남측 방문은 언제 해 주실랍니까"라고 하자 김정일은 "(2000년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가는 경우에는 김영남 위원장이 수반으로서 갈 수 있다. 군사적 문제가 이야기될 때는 내가 갈 수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가 돼 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남측은 데모가 너무 자유로운 나라라서 모시기도 그렇게…우리도 좀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김정일은 정상회담 합의문에 '선언'이란 말을 쓰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선언으로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선언으로 하는데 오늘 합의된 것, 그것 다 조항에 넣으라"고 실무자들에게 말했고, 동석했던 김만복 국정원장이 "그러겠습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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