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버냉키 의장이 금융 완화 정책의 축소 계획을 공개한 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요 국가의 주식 가격이 폭락·폭등을 거듭하고 장기 시장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서울 주식시장도 연이틀 큰 폭으로 하락했다.
FRB는 이번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5년 동안 지속해오던 금융 완화 정책을 올 하반기부터 축소하기 시작해 내년 중반쯤엔 종결하겠다고 했다. 금리 인상 시기는 2015년 이후로 미뤘다.
주축(主軸) 통화 국가의 정책 변경은 언제나 세계경제의 판도에 변형(變形)을 몰고 왔다. 1994년 미국이 인플레를 잡으려고 금융 긴축 정책을 단행하자 그해 연말 멕시코가 금융 위기에 휩싸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강한 달러'를 내세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3년 후인 1997년엔 태국이 외환 위기에 빠지더니 그 파장이 한국·필리핀·인도네시아로 번지면서 아시아 금융 위기를 불러왔다. 결국 러시아까지 외채 상환을 중단하면서 연쇄적 위기가 5년 새 지구 위를 한 바퀴 순회했다.
2008년 이후 주요 중앙은행들이 풀어놓은 11조달러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고, 금 가격은 2011년 최고 시세에서 30% 이상 추락했다. 거액 외화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단기간 내 탈출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금 우리가 걱정할 것은 일시적 주가 하락이나 금리 상승이 아니다. 정부는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빚어질 수 있는 외환 파동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주요 국가와 통화교환협정(스와프) 체결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우리 경제에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는 또 다른 통로는 중국 경제다. 중국은 성장률이 올해 7%대(臺)로 떨어진 데다 금융 부문의 감춰진 부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성장 속도가 2~3년 사이 예상 외로 추락하면 그 여파가 한국을 덮칠 것이다. 정부나 기업들은 하루 이틀의 금융시장 변동에 흔들리기보다 세계경제의 큰 조류(潮流)가 어떻게 바뀌는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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