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기자] "번트요? 저 강민혼데요?"

올 시즌을 앞두고 강민호(29,롯데 자이언츠)는 야구게임 CF를 하나 찍었다. CF의 내용은 이렇다. 야구게임을 즐기고 있는 강민호, 그리고 그 뒤에 게임을 가르쳐주기 위해 모델이 서 있다. 게임에서 무사 2루가 만들어지자 모델은 번트를 대라고 조언을 하지만 강민호는 "번트요? 저 강민혼데요?"라고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강공을 선택한 강민호는 허무하게 아웃을 당하고 만다.

여기에서 파생된 그의 별명이 '번저강'이다. '번트요? 저 강민혼데요?'를 줄인 말이다. CF 속의 장면이지만 강민호는 실제 야구장에서도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된다. 사실 강민호는 희생번트가 필요없는 강타자이기도 하고, 또 번트에 미숙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6일 목동 넥센전 무사 1,2루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결국 본인은 1루에서 아웃됐지만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강민호가 마지막으로 희생번트에 성공한 건 2007년 8월 29일로 무려 2098일 만의 번트였다. 물론 벤치의 지시가 아닌 강민호의 독자적인 판단이었다. 29일 사직구장에서 롯데 김시진 감독은 강민호를 불러 "대체 왜 그날 번트를 댔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민호는 자신이 CF 속에서 했던 말인 "저 강민혼데요?"를 그대로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김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강민호는 당시 3루수 김민성이 완전히 후진수비를 하고 있어서 허를 찌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발이 느린 강민호는 1루에서 아웃됐고, 1사 2,3루 기회를 롯데는 살리지 못했다. 김 감독은 "아무리 그래도 팀 4번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민호의 번트는 거의 6년만에 나온 일대 '사건'이다. 번트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한 번 있었고, 2011년에는 양승호 감독이 그에게 번트를 지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벤치에서 강민호 정도의 선수에게 번트를 지시하는 건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보기 힘든 일이다.

특수한 상황을 가정한 질문이 김 감독에게 쏟아졌다. 만약 한국시리즈 7차전 동점 상황 무사 1,2루에서 강민호에게 번트를 지시하겠냐는 것. 여기에도 김 감독은 한동안 고민을 하더니 "그래도 강공을 지시할 것 같다. 만약 강민호가 앞선 타석에서 10타수 무안타 이러면 (번트를) 고려하겠지만 그래도 4번 타자는 믿어야 한다"고 답을 내놨다.

결국 강민호의 번트는 당분간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민호, 그는 "저 강민혼데요?"라고 되물을 자격이 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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