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의 미래를 무조건 낙관한다. 미국이 잘 해 나갈 거라 믿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 덕분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2)이 여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2일 기고문을 보냈다.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그가 돈이나 투자가 아닌 특정 주제에 대해 글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이 글에서 "여성이 미국 번영의 열쇠"라면서 시종일관 여성이 왜 중요한지 쉽고 조리있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버핏은 이날 기고문에서 "우리 역사의 대부분에서 여성은 능력에 상관없이 한편으로 밀려나 있었다"면서 "이걸 바로잡기 시작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 시절 나는 누나와 여동생보다 똑똑하지 않았고, 누나와 여동생은 훨씬 명석하고 품위 있고 외모도 뛰어났다. 하지만 자라면서 누나와 여동생은 '결혼을 잘하는 게 곧 성공'이란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야 했고, 그 사이 나는 더 많은 기회를 잡게 됐다"고 썼다.

버핏은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의 롤 모델로 캐서린 그레이엄 전(前) 워싱턴포스트 CEO(1917~2001)를 꼽았다. 그레이엄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집권 당시 '워터게이트' 폭로 보도로 워싱턴포스트를 세계적인 언론사로 키워낸 인물이다.

버핏은 "1973년 캐서린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란 걸 단번에 알아봤지만, 캐서린은 남성에 대한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고 썼다. 이어 "나는 캐서린에게 자신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그의 성공을 지켜봤다"고 했다. 실제로 그레이엄이 경영을 맡은 18년 동안 워싱턴포스트의 주가는 4000% 올랐고, 언론계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도 받았다는 설명이 따랐다.

버핏의 글이 새삼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요즘 미국내에서는 여성의 사회 활동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 3월 11일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뛰어들어라(Lean In)'란 제목의 책을 낸 게 계기였다. 샌드버그는 미국에서도 '성공 여성'의 대표로 꼽힌다. 그는 이 책에서 여성이 사회적 성공을 위해 좀 더 진취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면서, 남성 지도자들이 여성들의 멘토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찬반론이 불붙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을 추월하기 시작했는데도 고위직 여성이 적은 것을 두고 서로 다른 진단과 처방이 쏟아졌다.

버핏은 이날 기고문에서 "남성 동지들이여, 한배를 타자(my fellow males, get on board)"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전 국민의 모든 재능을 완전히 고용할 때 훨씬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낼 것"이라고 썼다. 또 "우리는 인력의 50%만 썼을 때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봤다. 만약 100%를 발휘할 때를 마음에 그릴 수 있다면, 당신도 나처럼 미국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 에세이는 여성 투자자 메릴 위트머의 이사진 선임을 결정하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시점에 발표돼 눈길을 끈다"고 보도했다. 위트머가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통과하면, 그는 버크셔해서웨이 이사진 13명 가운데 세 번째 여성 이사로 합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