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공기방울이 들어 있는 투명한 비닐.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이 비닐은 포장재로 떠올리기 쉽지만 건축 단열재가 되기도 한다. '제이와이아키텍츠'가 지난 2월 전남 보성군에 완공한 주택은 이 비닐을 지붕 단열재로 활용했다. 넓이는 53.5㎡(약 16평), 짓는 데 3주밖에 안 걸렸다. 지난달에는 세계적 건축 웹진 '아키데일리'에도 소개됐다.
지난해 12월, 부부와 네 자녀가 살던 집에 불이 나 전소(全燒)된 사건이 '뽁뽁이집'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이 가족에게 새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나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제이와이 원유민(32) 소장에게 설계를 부탁했다. 원 소장은 "당시 전남 지역에 아동센터 등의 건물을 짓던 중이어서 일을 맡게 됐다"고 했다.
집터는 북쪽을 제외한 방향이 대나무숲 등에 가로막혀 빛이 들어올 구석은 지붕 쪽밖에 없었다. 공사비는 어린이재단이 후원·모금으로 마련한 4200만원이 전부. 원 소장은 "천창(天窓)이나 중정(中庭)을 만들기엔 부족했다"며 "값싸면서도 채광과 단열이 다 되는 재료를 고민하다 찾아낸 해법이 바로 뽁뽁이"라고 했다. 뽁뽁이 비닐을 수십 겹 겹치면 역시 수십 겹의 공기층이 생겨 단열이 되는 원리다. 나무로 틀을 만들고 칸마다 비닐을 겹쳐 넣었다. 그는 "내구성과 방수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지붕 안팎에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플라스틱의 일종)를 붙였다"고 했다.
원 소장은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돈은 받지 않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프로젝트"라고 했다.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건축가로서 거기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