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10시 49분쯤 연평도에서 탈북자 출신 꽃게잡이 선원 1명이 자기가 타고 일하던 9t 어선을 훔쳐 NLL을 넘어 월북(越北)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이 매일같이 '핵 타격' '전시 태세' 운운하면서 위협하는 와중에 최전방 중에서 최전방인 연평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어이가 없다.

군(軍)은 레이더가 NLL 1㎞ 남쪽 해상에서 이 배를 발견했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연평도 항구에서 NLL까지는 5㎞이다. 그렇다면 이 배는 4㎞를 우리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채 항해했다는 말이 된다. 이러고도 연평도 경계 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군은 레이더에는 가까운 곳은 탐지하지 못하는 사각(死角)지대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잘 믿기지 않지만 어선을 발견 못한 것이 순전히 레이더 사각지대 때문이라면 연평도와 북한 땅 사이 10㎞ 중 상당 부분이 레이더 사각지대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군은 이 허점을 어떻게 메워 왔다는 말인가. 군에 따르면 사각지대는 초병이 감시해 왔다고 하지만 문제의 배가 레이더 탐지와 초병의 육안 감시를 다 뚫고 북으로 넘어간 걸 보면 연평도 방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의문은 월북한 탈북자가 월북 의도를 갖고 2주 동안 연평도에 머물렀다면 그동안 우리 해병 부대 배치와 무장 상태를 탐지하지 않았겠느냐는 점이다. 군은 "그런 일은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는가.

총연장(總延長)이 수천 ㎞에 이르는 우리나라 휴전선과 해안선 전부를 100% 감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연평도는 특수 지역이다. 불과 10㎞ 눈앞에 북의 해안포를 두고 있는 곳이고, 2010년 11월엔 그 해안포로 연평도 민가(民家)까지 피격당하는 충격적 사태를 겪은 곳이다. 연평도는 북한군이 기습 상륙해 점령할 가능성이 가장 큰 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최소한 연평도 일대에서는 이번 같은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이 군에 바라는 최소한의 요구이고 희망이다. 만약 북 특수부대가 이번 어선과 같은 작은 목선을 타고 밤을 틈 타 넘어왔다면 틀림없이 발견해 대응했을 거라고 군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최근 북의 잇단 위협 사태에도 우리 군 지휘부는 '물샐틈없는 경계''철통 같은 방비'를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연평도 같은 일이 다시 한 번 되풀이되면 국민은 '물샐틈없는'과 '철통'이란 말 자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군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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