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당 총서기 취임 이후 강력한 개혁 행보를 펼쳤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초 리펑(李鵬) 전 총리 등 당내 보수파 원로들로부터 대대적인 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시 주석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초 헌법 공포 30주년 기념식에서 '헌법 원칙 준수' 의지를 밝혔고, 취임 후 첫 지방 방문지로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 당시 방문한 선전을 찾아 "개혁·개방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옛 소련에서 도입한 노동교화제의 연내 폐지 방침이 발표되기도 했다.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리 전 총리와 쑹핑(宋平) 전 상무위원, 웨이젠싱(尉建行) 전 기율검사위 서기 등이 시 주석의 급진 행보에 우려를 표시하고, 그의 정치적 후원자인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을 통해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 원로들은 시 총서기가 취임 이후 관례대로 허베이(河北)성 시바이포(西柏坡) 등 혁명 유적지를 찾지 않고 개혁·개방 1번지인 선전부터 방문해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지금의 중국이 어디에서 왔느냐' '덩샤오핑은 소리 높여 말하면서 마오쩌둥(毛澤東),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왜 언급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2002년 총서기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시바이포를 찾았다.

시 주석이 시민 불편을 이유로 국가 지도자가 외부 행사를 나갈 때 도로를 봉쇄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리 전 총리가 이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시 주석이 '전직 원로는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내부 문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보수파 원로들의 비판을 받은 시 주석은 최근 개혁 행보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지난 17일 주석 취임 연설에서는 '마오쩌둥 동지를 핵심으로 한 1세대 최고지도부'를 앞부분에서 언급했고, 정치 개혁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앙정부 부장(장관)급 인사 25명 중 16명을 유임한 것도 당 원로들에 대한 배려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