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서정 기자] ‘분노의 윤리학’(감독 박명랑)은 보는 내내 관객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영화다.

‘분노의 윤리학’은 미모의 여대생 살인사건에 나쁜 놈, 잔인한 놈, 찌질한 놈, 비겁한 놈 그리고 제일 나쁜 여자가 얽히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들의 본색과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살인사건을 통해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드러낸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인간의 추악한 면은 모두 자신이 저지른 행동은 모두 합리적이지만 남이 한 행동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는 인간의 이중잣대를 보여준다.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말 한 번 못 붙일 정도로 수줍고 조용한 남자가 알고 보니 타인을 몰래 도청하면서도 죄책감 한 번 느낀 적 없는 나쁜 놈이고, 언제나 소탈하고 잘 웃던 수다스러운 삼촌이 실제로는 빌려 준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잔인한 사채업자,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인 줄 알았더니 스토킹을 마다치 않는 찌질한 놈이었고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부드럽고 매너 좋은 대학교수는 알고 보니 불륜을 저지르고 다니는 간통남이었다.

그리고 간통남의 아내는 남편이 살인했는지 여부보다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더 화를 내는 나쁜 여자다.

‘분노의 윤리학’은 평범하고 점잖은 얼굴 뒤에 감춰진 개인의 악질적이고 악의적인 면모를 우스꽝스럽게 엮어 가는 상황에서 폭로한다.

이들 모두 하나같이 자신은 순결하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몰아붙인다.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인물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픽픽 웃음이 터져 나온다.

누가 봐도 인물들 각각 철저하게 잘못을 했지만 서로의 잘못만 운운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어이없지만 가슴 한구석이 뜨끔하다. 악인이라고 나온 다섯 명의 인물들이 우리의 모습을 투영한 캐릭터기에 그런 건 아닐까.

관객들이 ‘분노의 윤리학’을 보며 민망해하고 더욱 분노하는 건 이제훈, 조진웅, 김태훈, 곽도원, 문소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있어 가능했다. 이들은 물고 물리며 분노의 연쇄 고리를 만들어 가면서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한 번에 몰입시킨다. ‘대단하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다섯 배우가 만드는 분노의 파워는 엄청나다.

‘분노의 윤리학’을 보고 난 후 당신은 내가 깨닫지 못했던 나의 모습 혹은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던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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