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에 전 세계가 떠들썩했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정통 가톨릭 교리를 엄격히 내세우는 보수주의자로 평가받아 왔어요. 하지만 건강이 악화하자 스스로 교황에서 물러났습니다. 일반적으로 교황은 종신직으로 여겨져왔지요. 교황이 재임 중 사임한 것은 1415년 그레고리 12세에 이어 598년 만에 처음입니다.

새 교황 탄생을 앞두고 교황은 무슨 일을 하고 누가 어떻게 뽑는지 알아볼까요? 교황은 전 세계 12억명의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정신적 지도자입니다. 로마교구의 교구장 주교이며 세계 주교단의 수장(首長)이지요. 교황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 안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자치국 '바티칸'의 국가원수이기도 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오는 28일 사임할 예정이라고 11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86세 생일을 앞둔 베네딕토 16세는 "고령으로 교황의 공식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2013년 2월 12일 조선일보 A1면·사진 왼쪽), 갑작스러운 자진 사임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사진 오른쪽).

교황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기도, 행정업무 등을 진행합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종교의식을 열 수 있어요. 교회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입법·사법·행정 분야의 권한을 갖지요. 교황은 가톨릭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직위인 추기경 임명권을 갖습니다. 추기경은 평소 교황을 보좌해 교회의 중요한 일에 대해 자문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1969년에 한국에서 최초로 서임되었지요. 추기경(Cardinal)은 라틴어 '카르도(cardo·경첩)'에서 유래되었는데 교회의 중추(中樞)를 뜻해요. 교황 선출권이 추기경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추기경이 교황을 뽑는 비밀투표회의는 콘클라베(Conclave)라고 해요.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근다는 의미인데,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장소에서 비밀리에 교황을 선출하는 관행에서 비롯되었어요. 현재는 바티칸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립니다. 이번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에는 117명의 추기경이 모여 투표할 예정입니다. 이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교황으로 뽑혀요. 우리나라에는 현재 정진석 추기경이 있지만 82세라 콘클라베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만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거든요. 콘클라베는 투표 후 집계된 투표용지를 태운 연기로 선거 결과를 알립니다. 흰 연기는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의미이고, 검은 연기는 아직 새 교황이 뽑히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해요.

오는 28일 퇴위할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기도를 듣기 위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신자들.

교황을 중심으로 하는 로마 가톨릭은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대학교와 수도회는 학문 연구의 중심지였어요. 또 중세 시대에는 서유럽에서 막강한 정치력을 행사했던 역사도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이를 상징하지요. 이슬람 세력의 위협을 받은 비잔티움 제국은 로마 교황에게 도움을 청했고, 서유럽의 크리스트교는 예루살렘 성지로 군사 원정을 벌였지요. 전쟁에서 승리하면 교황권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로마 교황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200여년간 벌어진 끔찍한 종교 전쟁 후 교황의 권위는 크게 떨어집니다. 프랑스 왕이 교황청을 로마에서 남프랑스의 아비뇽으로 옮겨 교황을 왕의 지배 아래 두었던 '아비뇽 유수(幽囚)'도 교황권 쇠퇴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교회 밖에서 교황권은 점점 약해졌지만, 현대에 이르러 교황은 종교적·윤리적·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특히 '평화의 사도(使徒)'라 불리며 전쟁과 같은 다양한 문제에 대해 발언해 왔지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2억 가톨릭교도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교황에게 존경과 관심을 보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