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야왕

히트 영화와 TV드라마에 공교롭게도 교도소 신이 동시에 등장했다. 류승룡(43)의 코미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과 권상우(37)·수애(33)의 SBS TV 월화극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박신우)이다.

‘7번방의 선물’은 주인공인 6세 지능 ‘용구’(류승룡)가 경찰청장의 초등학생 딸을 유괴, 성추행하다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답게 교도소를 배경으로 삼는다. ‘야왕’은 제7회에서 남자 주인공 ‘하류’(권상우)가 여자 주인공인 아내 ‘주다해’(수애)가 저지른 의붓아버지 살인사건의 시체유기 혐의를 뒤집어쓰고 수감돼 제9회에서 출소할 때까지 교도소 장면을 보여줬다.

‘7번방의 선물’과 ‘야왕’ 속 교도소 장면은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7번방의 선물’ 중 용구를 비롯한 재소자들의 수의 색깔이다. 1997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 ‘7번방의 선물’의 용구는 처음 7번방에 올 때 청색 수의를 입고 들어오지만 이후 오렌지색 수의로 바뀐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7번방의 선물’의 수의는 사실과 다르다. 2007년 수의 색상이 전면 변경될 때까지 2심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인 미결수는 황토색,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청색이었다. 용구는 2심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2심까지 머물던 구치소에서 교도소 7번방으로 이감됐다. 따라서 용구는 청색 수의를 입고 와서 계속 청색 수의를 입거나 황토색 수의를 입고 와서 청색 수의로 바꿔 입어야 한다.

2005년께를 배경으로 한 ‘야왕’은 현실에 부합한다. 하류는 2심을 받는 장면에서는 황토색 수의를 입었지만 교도소 수감 장면에서는 청색 수의 차림이기 때문이다.

이환경 감독은 “자료 수집 등을 통해 수의의 색깔들을 잘 알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오렌지색 수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오렌지색을 쓴 것은 용구에게 교도소 밖 세상은 시리고 아픈 반면 교도소 안 세상은 따뜻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색깔로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색감도 용구가 교도소 밖에 있는 장면에서는 차갑고 어둡게, 교도소 안에서는 밝고 온화하게 톤 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가 ‘교도소 판타지’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하나다.

다음, 재소자 호칭이다. ‘야왕’에서 교도관은 하류를 부를 때 “하류”라고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교도소에서는 수감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수인번호를 부른다. 하류의 수인번호는 왼쪽 가슴에 있는 ‘6453’이다. 따라서 교도관은 하류를 부를 때 “6453”으로 불러야 한다.

이 점에서는 ‘7번방의 선물’이 맞다. 교도소 보안과장 ‘장민환’(정진영)을 비롯한 교도관들은 용구가 처음 교도소에 왔을 때 용구의 수인번호 ‘5482’를 따서 “5482”라고 부른다. 할리우드 뮤지컬영화 ‘레 미제라블’(감독 톰 후퍼)에서 ‘자베르 경감’(러셀 크로)이 ‘장 발장’을 부를 때 이름 대신 수인번호대로 “24601”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장민환을 비롯한 교도관들은 서서히 수인번호가 아니라 “용구씨‘라고 이름을 부른다. 용구의 진실과 착한 마음씨를 알게 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소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수인번호를 부르는 것은 재소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고, 관리 편의를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독방 신이다. 독방은 교도소에서 ‘징벌방’이라 불리는 곳으로 재소자가 교도소 내에서 규율을 어겼을 때 홀로 갇히는 방이다.

두 작품 모두에 독방 신이 나온다. ‘7번방의 선물’에서는 용구의 딸 ‘예승’(갈소원)이 7번방에 들어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야왕’에서는 하류가 대학 공부에 전념할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한 수감동료 ‘엄삼도’(성지루)의 작전으로 하류가 교도소 내 폭행 사건을 일으키면서 독방에 갇히면서 등장한다. 그런데 용구는 독방에 있긴 하지만 팔과 다리가 포승에 한 번에 묶여 그야말로 벌을 받는 상태이고, 하류는 독서실에라도 온 것처럼 자유롭게 공부에 몰두한다.

독방신은 ‘7번방의 선물’이 사실적이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교도소 내에서 사고를 쳐서 징벌을 받기 위해 독방에 갇힐 경우 용구처럼 포승에 묶여 지내야 했다. 90년대 말 이후에는 인권보장 차원에서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그렇다고 해서 ‘야왕’의 하류처럼 제 마음대로 공부를 할 수는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하류처럼 독방에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할 수 있다면 징벌의 의미가 뭐가 있겠느냐”면서 “징벌방에서도 재소자의 인권은 보장하지만 책을 갖고 들어가거나 TV를 보는 일은 금지되며, 변호사 접견을 제외한 면회도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BS 홍보팀 관계자는 “교도소에 갇힌 하류가 주다해에게 복수를 하려고 실력을 쌓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다”면서 “드라마적 허구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한 가지 더, ‘7번방의 선물’에서 용구의 명찰은 빨간색이다. 반면 다른 7번방 동료들은 흰색이다. ‘야왕’의 하류와 엄삼도 역시 흰색 명찰이다. 왜 다를까. 용구는 사형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