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본지(本紙) 인터뷰에서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차 핵실험을 "두 군데 이상에서 동시에 할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탄두(核彈頭) 미사일 위협이 가까운 장래에 현실화할 수 있음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핵탄두 4~5년 내 현실화 가능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동시 다발 핵실험 가능성이 언급된 적은 있지만 최고급 정보를 가진 군 통수권자가 공식적으로 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미 정보 당국은 핵실험을 여러 차례 할수록 노하우가 축적되기 때문에 핵무기의 소형화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두 차례 이상의 연쇄 핵실험을 할 경우 1998년 인도·파키스탄의 연쇄 핵실험 모델을 따르게 된다. 그해 5월 인도는 이틀 간격으로 다섯 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고, 파키스탄도 이에 자극받아 불과 2주일여 뒤에 역시 이틀 간격으로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양국은 4~5년 뒤에 핵탄두 장착 미사일을 시험했다.

북한도 이번에 3차 핵실험에 성공할 경우 이를 은하 3호 로켓 발사 성공으로 어느 정도 입증된 대륙간탄도미사일(IBCM) 기술과 결합, 4~5년 이내에 핵탄두 장착 장거리 미사일을 선보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북한의 핵탄두 ICBM이 7~10년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봤던 미국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국방 당국은 앞으로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뚜렷할 때 이를 '선제 타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선제 타격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내놓고 미측과 (군사적 대응전략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도 4일 국회에 출석해 "만약 우려한 대로 성공적으로 최종 단계의 북한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이후 한반도 안보 상황은 이전과는 다른 변수들이 작동하게 된다"며 "북한의 3차 핵실험이 핵을 실용화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미사일 탑재용 소형 핵탄두 실용화에 성공하는 상황을 전제하고 한국 정부가 대응 전략 및 무기 체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라늄탄 여부 확인 어려울 듯

한편 북한이 지난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 충격 흡수 및 방사능 물질 유출 차단 등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 수평갱도 끝부분을 달팽이관처럼 꼬이게 만들고, 9중(重) 차단문과 3중(重) 핵폭풍·잔해 차단벽을 설치했던 것으로 4일 밝혀졌다.

3차 핵실험도 이런 달팽이관형(形) 수평갱도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핵실험이 실시되더라도 한·미 당국의 방사능 물질 탐지 등이 어려워 우라늄탄인지 플루토늄탄인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010년 9월 8일 방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내부 구조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