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상(21· 중원대)은 '장애인 수영의 박태환'이다. 작년 런던 패럴림픽 지적장애인 부문 수영에서 동메달(자유형 200m)을 따고 나서 유명해졌다.

그는 2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엔 한국의 스키 크로스컨트리 대표로 출전한다. 요즘 같이 훈련하는 후배 선수들 사이에선 인기 최고다. 어머니 김미자(51)씨는 "어렸을 때 따돌림만 당하던 원상이가 이젠 알아주는 선수가 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원상은 작년에 열린 동계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 500m와 1㎞에서 최상급조 1위를 했다. 이번엔 1㎞와 2.5㎞, 4㎞ 계주에 출전한다. 그는 "패럴림픽 땐 많이 긴장했지만 스페셜올림픽은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프레대회에서 1등 했으니 또 1등 해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 나 장애인 끊어 주세요"

네 살이 되도록 제대로 말을 못 했던 조원상은 1996년 초 대학 병원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땐 같은 반 아이들이 놀리는 게 싫어 어머니에게 "장애인 끊어 달라"고 떼를 썼다. 지능지수 50이 채 안 됐던 조원상은 지적장애를 '끊으면' 남들과 같아지는 줄 알았다.

조원상(오른쪽)은 어머니 김미자씨의 정성 덕분에 비장애인과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을 키워가고 있다.

조원상은 초등학교 6학년 겨울, 스키 크로스컨트리에 입문했다. 일반 특기생들과 강원도로 석 달간 합숙 훈련을 떠났다. 집을 떠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돌아온 조원상은 "크로스컨트리 끊으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그는 합숙 기간에 다른 형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억지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고 털어놨다.

운동에 정이 떨어진 조원상은 4년 넘게 했던 수영도 그만뒀다.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중학교로 진학하고 나선 초등학교 시절보다 더 '왕따'를 당했다. 교복은 몇몇 아이들의 낙서장이었다. 돈을 뺏기고, 하루가 멀다고 얻어맞아 코피를 흘렸다. 어머니는 지저분해진 아들의 교복을 빨면서 눈물을 흘렸다. 3년쯤 물을 떠났던 그는 중학교 3학년 가을에 어머니에게 "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엔 배운 걸 금방 잊어버리는데, 몇년간 다른 선수들이 세운 기록들은 줄줄 외우고 있었다.

◇'장애인 가르치는 장애인'에 도전

조원상은 특수학교인 수원 서광학교로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물살을 갈랐다. 2008년부터 지적장애인 부문 국내 일인자로 올라섰다. 동계 종목인 크로스컨트리도 다시 시작해 장애인 전국체육대회에 꾸준히 출전했다.

작년엔 중원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에 입학했다. 서광학교 시절 노민상 중원대 교수에게 개인 지도를 받았던 것이 인연이 됐다. 노 교수는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을 길러낸 스승이다. 그는 "조원상은 어머니의 정성이 만든 선수"라면서 "지구력이 좋아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상의 어머니 김미자씨는 "원상이가 2016년 리우 패럴림픽까지 출전하고 난 다음엔 장애인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변이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조원상은 서광학교에서 수화를 배워 상당히 능숙해졌다. 여러 유형의 장애인을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지도자 얘기를 할 때마다 원상이의 눈빛이 달라져요. 장애인에 대한 이해심도 많고요. 지적장애인도 충분히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원상이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