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5일 한국이 유엔 제재에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의 지하 갱도에 핵실험 준비를 거의 끝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의 3차 핵실험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6자 회담을 통해 북을 설득하고 유엔 제재를 통해 북을 압박하는 양면(two track) 전략이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1993년 북핵 1차 위기 이후 20년간 한·미 양국이 때로는 대화에, 때로는 제재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북핵을 포기시키려 했던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 대북 정책은 '지구적 차원의 핵 확산 저지'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정책과 엇물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기간 '북핵 불인정'을 전제로 남북이 서로 약속을 지켜 나가는 신뢰 구축을 통해 북을 변화시킨다는 대북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이 핵 보유·무장을 기정사실화하는 상황 속에서는 박 당선인이 구상해온 신뢰 프로세스는 첫걸음도 떼기 어렵게 됐다.

북이 "한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북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된다면 우리의 대북 정책과 안보 정책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지금 분단국가로서 핵(核)을 보유한 상대와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세계사에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려는 북의 책략(策略)에 휩쓸려서는 안 되지만 북의 미사일과 핵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자위(自衛)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비상 대책 마련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게 됐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중국 포위 전략으로 이해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MD 체제에 동참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 일정한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이제 수도 서울로부터 불과 40km 떨어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북(北)이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며 미사일 방어 체제에 동참하라고 우리의 등을 떠미는 상황에선 이 문제에 달리 접근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반도의 이런 현실을 직시(直視)하고 북한의 핵 보유 저지에 모든 수단을 투입해야 한다. 박 당선인 역시 새로운 차원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생존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끌어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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