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가 공무원들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공적(公的) 용도에만 쓰도록 돼 있는 특정업무경비를 월평균 400만원씩 받아 개인 통장에 자기 돈과 섞어 넣어 놓고 신용카드 대금과 보험료를 내는 데 썼고 금융 상품에 넣어 불리기까지 했다.
특정업무경비란 주로 외근(外勤)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사·감사·예산·조사 등의 업무 수행에 쓰라고 주는 국가 예산이다. 특정업무경비는 비밀을 요하지 않는 곳에 쓴다는 점에서 정보 수집 같은 기밀 활동에 쓰는 특수활동비와 구별되고, 관련 기관 간담회나 대민(對民) 업무에 쓰는 업무추진비(옛 판공비)와도 다르다. 특정업무경비는 거의 모든 부처에 지급돼 올해 경찰 4434억, 국세청 479억, 해경 336억, 검찰 400억, 대법원 182억, 국회 179억, 감사원 39억, 공정거래위와 헌재에 각각 10억원씩 배정됐다.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작년 6473억원, 올해 6524억원이다.
특정업무경비는 개인적 용도로는 물론이고 업무추진비나 축의금·조의금으로도 쓰지 못하게 돼 있다. 공무원이 경비를 쓴 뒤 증빙 서류를 갖춰 청구하면 나중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각 부처에서는 매월 일정액을 부서 단위로 배분하거나 개개인에게 수당(手當)처럼 지급하고 있다. 증빙 서류도 영수증 대신 내역서만 받고 있어 얼마든지 개인 용도로 돌려쓸 수 있다. 국세청은 2009년 중앙공무원교육원에 교육 파견 중인 직원에게 매월 50만원씩을 특정업무경비로 지급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특정업무경비가 수당처럼 지급되는 것을 막으려면 영수증 제출을 의무화하고 업무추진비처럼 신용카드로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업무추진비와 별도로 특정업무경비를 줘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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