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만택 육군부사관 학교장·소장

'군대 가서 사고 치면 말뚝 박는다'던 시절이 있었다. 군대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대한민국 남자들에게도 군대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죽기만큼이나 싫었다.

그런데 최근 장기 부사관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 부사관을 양성하는 고등학교도 생겼다. 지난해 육군부사관학교에서 하사로 임관한 8000여명 중에 98%가 장기 복무를 희망했다. 그런다고 누구나 장기 선발이 되진 않는다. 부사관 선발의 평균 경쟁률은 4대1을 웃돌고, 여군은 8대1이 넘는다. 전문대학 부사관과는 10대1을 훌쩍 넘기면서 사설 학원까지 생길 정도다.

선발이 되어도 육군훈련소 5주, 부사관학교 12주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육 성적에 따라 삼진아웃제가 적용되며 임관 종합 평가도 받아야 한다. 교육 중 5~7% 정도는 자격 미달로 퇴교되거나 유급된다. 임관 후에도 20주 교육을 받아야 하니 군사교육을 총 37주 소화해야 한다. 일단 임관하면 남자는 4년, 여자는 3년간 복무하는데, 이 기간 중 근무 성적, 품성 등을 종합 평가해 장기 복무자를 뽑는다. 선발 인원보다 탈락 인원이 더 많다. 그러니 이젠 '말뚝 박는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군대도 허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흔들린다. 육군은 과거 부대 관리나 장교 보조 위주의 부사관 역할을 최근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로 규정했다. 특히 군은 병력 감축에 대비, 육군 부사관을 현재 6만7000명에서 10만6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병사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면 부사관은 더 늘어나야 한다.

이에 따라 군도 부사관의 신분 안정과 처우 개선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 낡고 비좁은 군 관사는 아파트 등으로 바뀌고 있으며, 본인과 자녀의 장학금 지원과 각종 수당을 신설하고 20년 이상 근무하면 전역과 동시에 군인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아직도 부사관 처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많다. 특히 부사관 후보생 봉급이 장교 후보생의 절반도 안 되는 13만3000원으로 병장 봉급(12만9000원)과 비슷하다.

군대 간 아들에게 부사관은 부대 내에서 어머니 역할을 한다. 힘들고 고단한 희생이 뒤따르는 어머니 역할을 하고 싶다는 젊은이가 넘쳐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