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만 아웃소싱 하란 법 있나. 글로벌 시대 개인도 자기 업무를 해외에 싼값에 하청 주고 자신은 여가를 즐기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사례가 실제로 미국에 있었다.
회사가 맡긴 일을 중국 업체에 용역을 준 뒤 자신은 사무실에 앉아 이베이나 페이스북을 들락거리며 유튜브의 고양이 동영상을 즐기던 직원이 뒤늦게 적발돼 해고됐다고 영국 신문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40대 중반의 '밥'(Bob)이라고만 알려진 이 직원은 미국 인프라구축 회사에 다니며 수억원(수십만달러)대의 연봉을 받는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였다.
하지만 밥은 자신의 보수 중에서 약 5분의 1을 떼주는 조건으로 중국 소프트업체에 자기 일을 맡겼다. 정작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오후 5시쯤 업무 보고서를 작성해서 상사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 뿐이었다. 이런 사실은 회사가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 벌이던 감사에서 뒤늦게 들통이 났다. 회사는 곧바로 밥을 해고했다.
이런 밥 이야기는 외신을 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그를 두고 현대판 '바틀비'에 견주기도 한다. 바틀비란 '모비 딕'의 작가로 유명한 허먼 멜빌이 쓴 단편 소설 '필경사 바틀비'(1853)에 나오는 주인공. 작품의 화자는 월스트리트 변호사인데 두 명의 필경사와 한 명의 사환을 두고 일하다가 일이 많아지자 필경사를 한 명 더 고용한다. 그가 '바틀비'다. 바틀비는 처음엔 밤낮 없이 일하지만 나중에는 주인의 지시에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태업에 돌입한다. 가디언은 가정적이고 조용하며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으로 알려진 밥은 모든 근로자의 반항 심리를 대변하는 바틀비와 닮아있다고 전했다.
그의 해고를 두고 찬반론이 부딪히기도 한다. 일부에선 비록 하청을 방편으로 했지만 업무 결과가 훌륭했고 밥의 고용주도 그의 일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누가 일을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디언은 "밥의 이야기는 근로자들은 회사를 위해 일할 뿐이지 회사가 개인을 위해 이용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만약 선을 넘을 경우엔 곧바로 해고된다"고 썼다. 밥은 그의 '바틀비 스타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회사의 일까지 한꺼번에 받아서 중국 업체에 용역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입력 2013.01.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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