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과체중에 예쁘지 않은, 미국 뉴욕 할렘에 사는 흑인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너 따위는 낳지 말았어야 해" "멍청한 X"란 폭언과 폭력을 수시로 가한다. 16세인 그는 다운증후군에 걸린 딸을 낳았고, 현재도 임신 중이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그를 성폭행한 그의 아버지다. 그는 두 번의 임신 때문에 퇴학을 당했는데 아직 알파벳도 제대로 모른다. 그의 이름은 클레리스 '프레셔스' 존스(가보리 시디베). 부모에게 학대받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는 '프레셔스'(소중한)로 불린다.

씨네21i㈜다우기술 제공

리 다니엘스 감독의 '프레셔스'는 대담한 영화다. 호감을 느낄만한 외모를 갖지 못한 주인공이 보기 불편할 정도로 비참한 상황에 놓인 영화에 선뜻 공감할 관객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경을 딛고 일어난 성공기'도 아니다. 카메라는 프레셔스의 말과 눈물이 아니라, 그의 앙다문 입속에서 그가 느낄 고통을 보여준다. 그의 무거운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지 않을 정도로 그의 불행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길거리에서 놀림당하고 부모에게 학대를 당할 때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배우나 가수가 되는 상상을 하며 버텨내는 프레셔스는 이내 관객들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가 돼있다. 이 영화를 통해 연기를 처음 해 본 가보리 시디베와 그의 어머니로 나온 코미디언 모니크는 '지독하다'는 평가가 어울리는 호연을 보여준다.

프레셔스는 어머니가 가지 말라는 대안학교에 가고,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쉼터에 제 발로 찾아간다. 글을 배우고, 어머니의 학대에서 벗어나지만 프레셔스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프레셔스란 주인공 한 명을 통해서 희망을 쉽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감독의 진중한 배려다. 이 영화는 프레셔스를 절망에서 건져내려는 대안학교 교사와 사회복지사 등 프레셔스가 속한 사회의 안전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해낸다. 1980년대 할렘을 배경으로 하지만 세상 어디에나 있는, '소중한 소녀들'을 위한 영화다.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그건 사랑이 아니란다."("사랑은 저한테 해준 게 없어요. 사랑은 저를 욕하고 때리고 강간했어요"라며 우는 프레셔스에게 대안학교 교사 레인이 하는 말)

#장면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고 집에서 뛰쳐나온 뒤 교회 안 성가대를 보는 프레셔스. 그는 자신의 아기를 안고 성가대에서 즐겁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런 분들 보세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