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간 일본 고베대 교수·정치학

지난달 한·일 양국에서 거의 동시에 선거가 실시됐다. 이들 선거와 관련해 당초 주목을 받은 것은 양국에서 공통으로 '제3세력'의 존재였다. 한국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안철수 바람'이 불었다. 그는 스스로 대통령 후보를 사퇴했지만, 선거 투표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본에서는 두 세력이 주목받았다. 하나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일본유신회'였다. 다른 하나는 원자력 발전 반대를 내걸고 선거 직전에 창당한 '일본미래당'이었다. 양국에서 '제3세력'이 출현한 근본 배경은 낡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었다. 특히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경제 격차 확대의 영향을 직접 받는 젊은 층의 정치 불신은 심각하다. 한때 한·일 양국에서는 '성난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는 '제3세력'이 선거에서 많은 세력을 획득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 양국의 젊은이들은 깊은 무력감 속에 빠져든 것 같다. 한때 여론조사의 선두를 달리던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의 침체에 이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그 결과 한국 젊은 층의 기대는 문재인 후보로 향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보수적인 중·장년층의 결집에 의해 저지됐다. 일본 총선은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젊은 층은 일찌감치 선거에 대한 기대를 상실했다. 그들 대부분은 투표장으로 발길조차 옮기지 않았다. 그 결과 한때 민주당을 훨씬 능가할 뿐 아니라 자민당과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던 일본유신회를 제3당에 머물게 했다. 일본유신회는 이시하라 대표와 하시모토 대표대행 사이의 의견 차이가 표면화되면서 미래가 불안해 보인다. 일본미래당은 선거 전의 61석에서 9석으로 줄어들면서 붕괴했다.

새로운 정치를 내걸고 등장한 한·일의 제3세력은 선거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데 왜 실패한 것일까? 이유는 어떤 의미에서 간단하다. 양국에서 정치 불신이 확대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의 일이다. 한국은 아시아 통화 위기에 직면했고, 일본도 장기 경제 침체가 지속하면서 기존의 국가 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의 포기를 강요당했다. 결국 양국은 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해 신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했다. 한국에서는 IMF 개혁이었고, 일본에서는 2001년에 들어선 고이즈미 정권의 일련의 개혁이었다. 고이즈미 정권은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인 경쟁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양국은 비교적 평등주의적 사회에서 경제적 격차가 확대된 사회로 바뀌었다. 이 문제의 해결은 물론 쉽지 않다. 글로벌화하는 세계 속에서 노동 유연성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하면 시장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계속 시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젊은 층의 불만은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 중간에 '모범 답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할수록 격차가 확대되고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격차를 축소한다고 해도 성장률이 둔화한다면 국민의 생활수준은 악화할 것이며 이 역시 국민의 불만을 초래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 양국의 정치 불신 확대는 모범 답안이 없는 상황에 대한 해소할 수 없는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양국의 '제3세력'은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제3세력은 당초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자로 등장, 사회문제에 대해 격렬하게 기성 정당을 성토했다. 문제를 지적하기는 쉽고 아름다운 비전을 화려한 말로 드러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많은 지지를 모았고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국민의 지지가 지속되지 않는다. 한·일 국민은 아름다운 말의 뒤편에 명확한 정책이 없다는 것을 간파했고, 그들에 대한 지지는 추락했다.

한·일 새 정부는 많은 반대 세력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문재인 후보가 모은 48%라는 득표율은 대선의 패자로는 최대 숫자이다. 일본의 총선 비례대표 부분에서 자민당이 획득한 지지표는 27%에 지나지 않는다. 자민당의 승리는 그들이 표를 모은 것 때문이 아니라 정당 난립으로 표가 분산된 결과이다. 양국의 새 정부는 국회에서의 힘도 압도적이지 않다. 한국의 새누리당은 과반수를 겨우 4석 넘는다. 일본 중의원에서 안정 다수를 확보한 자민당도 참의원에서는 과반수에 미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의 새 정부는 실망한 '성난 젊은이들'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선거를 마친 양국의 정치가 공허한 말이 아니라 내실있는 정책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정면으로 달려들어 승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