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구단은 1979년부터 쓰던 옛 유소년 기숙사(위)를 2011년 폐쇄하고 훈련장 옆의 오리올 토르트센터(아래)로 선수들의 보금자리를 옮겼다.

"축구보다 기숙사 생활이 더 어려워요."

FC바르셀로나 카데테B(1998년생으로 이뤄진 팀)에서 매경기 골 행진을 벌이는 이승우(15)에게 어려운 점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는 "지켜야 할 것이 많지만 큰 꿈을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카데테B의 '코리안 듀오' 이승우와 장결희는 현재 조안 감페르 훈련장 옆의 오리올 토르트센터에서 지낸다. 1702년 지어진 고택을 유소년 숙소로 썼던 옛 기숙사가 폐쇄되고 2011년 새로 문을 연 현대식 건물이다. 오전 6시 45분 각자 맞춰놓은 알람에 잠을 깨는 선수들은 아침 식사를 하고 7시 30분에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학교로 간다. 메시·이니에스타 등이 수업을 들었던 구단 협약 학교다. 학교 교육과 관련된 비용은 모두 구단 지원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을 듣고 기숙사로 오면 보충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카데테B에서 뛰는 장결희(15)는 "선수마다 보충수업 과목이 다르다"며 "내 경우엔 월·수·목·금요일에 1시간30분 동안 스페인어를 배우고, 목요일엔 따로 카탈루냐어 수업이 있다"고 했다. 학교 수업과 보충수업에 과제를 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하루에 6~7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 셈이다.

선수들이 책을 멀리할 수 없는 이유는 '유급의 공포' 때문이다. 10점 만점에 5점 이하인 과목이 3개 이상 나오면 한 학년을 더 다녀야 한다. 기예르모 아모르 유소년 총책임자는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은 우리가 원하는 창의적인 축구의 원동력이 된다"며 "학생에게 공부가 1순위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 4회 있는 훈련 시간은 하루 1시간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보통 평일 오후 7시부터 훈련이 시작되며 화요일은 휴식일이다. 훈련은 바르셀로나 축구의 요체인 패스 게임이 중심이 된다. 토·일요일 중 하루는 주말리그 경기가 있고, 나머지 하루는 쉰다. 카데테A의 백승호(16)는 "쉬는 날 선수들은 학교 숙제를 하거나 1군 팀 경기를 관전한다"며 "유소년 선수들은 별도의 카드가 있어 바르셀로나 1군 홈 경기를 마음껏 볼 수 있다"고 했다.

라 마시아의 규율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기숙사 규약을 보면 '침대 정리 상태가 불량한 경우 1주일 동안 매일 오전에 새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휴대전화는 오후 1~11시에 방과 거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등 매우 구체적이다. 동료 간 싸움이나 오후 11시를 넘긴 늦은 귀가, 숙소에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을 때는 즉각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라 마시아의 사감(舍監)을 맡고 있는 시스코씨는 "모든 선수의 기숙사 생활은 해당 팀 감독에게 보고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선수는 경기에 뛰지 못하게 된다"며 "선수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르셀로나구단의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