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거물 투자자가 나파밸리(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 생산지)로 모여들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희상과 같은 성과를 낸 사람은 드물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Parker)는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 한국 기업인에게 찬사를 바쳤다. 이 기업인이 만든 2010년산(産) 와인에는 100점 만점을 줬다. 주인공은 이희상(67) 동아원그룹 회장이다.
동아원그룹은 30일 미국 나파밸리에 있는 와인 생산 자회사 '다나 에스테이트'가 만든 '로터스 빈야드(Lotus Vineyard) 2010 카베르네 소비뇽'이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송로버섯·민트·초콜릿 향이 과일 향과 어우러져 향과 맛에서 현기증 날 정도의 크레셴도(점점 고조됨)를 보여준다"는 파커의 설명이 뒤따랐다. 2009년에도 같은 와인 2007년산(産)이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았다.
파커는 와인 업계에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이다. 매년 그가 발표하는 파커 포인트(Parker Point·PP)에 따라 전 세계 와인 가격과 매출이 출렁거린다. 파커가 이번에 평가한 각국의 2010년산(産) 와인 1만여 종 가운데 20종이 100점을 받았다. 다나 에스테이트 와인과 프랑스산 18종, 독일산 1종이다. 이희상 회장은 "로버트 파커가 3년 만에 또다시 100점을 줬다는 것은 우리가 '벼락스타'가 아닌 진중한 품질주의자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97년부터 와인을 수입하다가 2005년 나파밸리에 있는 양조장과 포도밭을 인수해 다나 에스테이트를 세웠다. 프랑스 출신 유명 와인메이커 필립 멜카(Melka)도 영입했다. 생산량보다는 품질을 앞세웠다. 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하는데, 공간을 아끼려고 오크통을 2단 이상 쌓는 업체들과 달리 이 와이너리는 오크통을 쌓지 않는다. 통을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와인이 상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양조 기술과 한국인 특유의 장인정신의 결합"이라 했다. 그는 요즘도 한 달에 한 번은 와이너리를 찾는다.
이 회장은 이번에 100점을 받은 2010년산을 3000병 생산한다. 내년 9월부터 미국에서만 판매할 예정이다. 올해 출시된 2009년산의 경우 한 병이 329달러(약 35만원)에 팔린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한국 판매용으로 '온다도로' '바소'라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동아원그룹은 동아원·한국제분 등 제분·사료업체를 주축으로 나라셀라(와인수입), 동아푸드(육류수입), FMK(페라리·마세라티 수입) 등 29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