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야심 차게 도전장을 던진 '캐나다파 꿈나무'들이 있다. 바로 실업 아이스하키팀인 안양 한라에 입단한 성우제(20)·김지민(20)·안정현(19)이다. 이들은 모두 아이스하키 종주국인 캐나다에서 스틱을 잡으며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진출을 노리다 한국 국가대표 꿈을 이루기 위해 최근 귀국했다. 17일 안양 실내링크에서 열린 한라와 차이나 드래곤(중국)과의 아시아리그 경기가 삼총사의 데뷔 무대였다.

아시아리그에서 첫선

이들은 공격진의 마지막 네 번째로 함께 조를 이뤄 마치 야생마처럼 빙판을 누볐다. 이날 13대0으로 대승한 한라의 첫 골은 이 꿈나무들의 스틱에서 나왔다. 1피리어드 2분 58초에 성우제가 강한 슛으로 오른쪽 골 그물을 뒤흔들었다. 안정현과 김지민이 공동 어시스트로 데뷔 첫 포인트를 올렸다.

이들은 이후 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다. 오히려 아직 오래 호흡을 맞추지 못한 듯 공격이 자주 끊겼고, 역습도 자주 허용하는 등 경험 부족을 노출했다. 하지만 투지만큼은 선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들은 힘을 앞세우는 캐나다 스타일답게 강력한 보디체킹과 투지로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승부욕도 대단했다. 만 19세로 한라 최연소 입단 선수가 된 안정현은 차이나 드래곤의 외국인 선수에게 주눅들지 않고 몸싸움을 벌이다 퇴장을 당했다. 성우제도 기싸움에 눌리지 않으려 몸싸움에 합류하다 역시 페널티를 먹었다.

경기 후 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오히려 "오랜만에 뛰는 데다 국내 데뷔전이어서 너무 긴장했고 의욕만 앞섰다"라며 "좀 더 경기를 치르면 진짜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가대표로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꿈을 위해 국내 실업팀 안양 한라에 입단한‘캐나다 삼총사’안정현(왼쪽부터), 성우제, 김지민. 이들은“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스틱의 매운맛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따로 또 같이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를 했지만, 세 꿈나무가 걸어온 길은 달랐다. 성우제는 국내 클럽팀에서 뛰다가 중2 때 혼자 캐나다에 건너가 도전장을 던졌다. 김지민은 경성중에서 엘리트 선수 코스를 밟다가 국내 실업팀에서 뛰었던 매형의 권유를 받고 토론토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났다. 반면 부산 해운대에서 태어난 막내 안정현은 처음부터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한 살 때 캐나다 밴쿠버로 건너간 그는 네 살 때 아이스하키와 인연을 맺었다.

성우제는 아이스하키 팬들 사이에선 이미 낯이 익다. 청소년대표로 출전해 5경기에서 5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고, 11월 일본에서 열린 러시아 소치올림픽 예선전에도 국가대표로 뛰었다. 김지민, 안정현은 캐나다 주니어 무대에서 수준급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이다. 성우제가 게임 운영 능력과 골 결정력이 장점이라면, 김지민은 드리블과 패스 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안정현은 체력과 스피드가 좋다.

"한국 아이스하키 위상 높이고 싶다"

안정현은 귀국하기 전 미국의 유명대학과 NHL의 직행 관문으로 꼽히는 메이저 주니어팀의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다. 성우제와 김지민도 미국 유명 대학의 입학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였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가 이들이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다. 세 선수 중 유일하게 캐나다 시민권자인 안정현은 "2002년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부터 태극마크를 다는 꿈을 키웠다"며 "캐나다 시민권은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민도 "올해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보고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며 "한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걱정한 부모님이 미국 대학 진학을 원했지만, 한국 저지를 입고 뛰고 싶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이들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병역의무도 다하겠다는 각오를 펼쳤다.

"올림픽 무대에 반드시 서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아이스하키가 국제무대에서 창피를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주고 싶어요." 성우제의 당찬 한마디에 김지민과 안정현도 "우리 역시 마찬가지예요!"라고 힘차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