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20일은 칼 세이건(1934~1996)이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되는 날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59년 금성 탐사선 매리너호 계획에 관여하는 것으로 NASA와 첫 인연을 맺었다. 1976년 NASA의 화성 탐사선 바이킹 계획의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그는 미국의 공영방송 PBS와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을 합의한다. 전문가에 한정되지 않고, 좀 더 많은 대중과 우주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그 결과물이 13부작 다큐 '코스모스'였고, 1980년 첫 방송 이후 전 세계 60개국에서 6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대성공을 거뒀다. 책 '코스모스' 역시 그때 함께 기획되어 출간됐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 존재의 근원을 궁금해할 것이라고 칼 세이건은 믿었다. 생명의 기원, 지구의 기원, 우주의 기원, 외계 생명과 문명의 탐색, 인간과 우주의 관계가 '코스모스'의 주제이자 내용이다. 인간 정체성의 근본 문제를 광활한 우주에 질문하면서, 칼 세이건은 이런 고백을 했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靜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 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코스모스를 정관한다는 것이 미지 중 미지의 세계와 마주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울림, 그 느낌, 그 감정이야말로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하게 되는 당연한 반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