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신간에서 풍기는 책향기에 꽃내음이 더해졌다. 서점 한쪽에선 장미, 카네이션, 국화 등으로 만든 작은 꽃 상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책을 사러 온 시민들은 서점에서 꽃을 파는 이색적인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꽃 판매대.

'꽃은 특별한 날 꽃집에 찾아가 사는 사치품'이란 인식을 바꾸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지속적인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2005년 이후 꽃 소비액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꽃 소비액은 연간 2만원 정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나마도 결혼식·장례식 등 경조사 화환이 대부분이다. 일상생활에서 꽃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GDP만으론 설명하지 못하는 국가 문화생활 수준을 비교하는 척도로 1인당 꽃 소비량이 활용된다"며 "꽃은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우리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꽃 소비량 증진을 위해 유통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미국의 경우 서점이나 대형마트·재래시장 등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을 중심으로 꽃이 판매된다. 농식품부는 교보문고 꽃 판매를 시작으로 지난 11일부턴 '찾아가는 플라워 랩핑(Wrapping)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가, 문화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꽃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행사를 하고 있다.

꽃 소비 증진을 위해선 꽃 가격의 거품을 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는 내년 2월 졸업시즌 주요 대학 앞에 화훼농가 판매부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화훼농민과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가 저렴하고 품질 좋은 꽃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꽃 소비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