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27·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전성기 시절 상대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추월 기술로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했다. 인코스 추월 능력은 물론 2006 토리노올림픽 3관왕을 이끈 '바깥 돌기'에서 보듯 아웃코스 추월도 세계 일인자였다.
1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12~ 2013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는 '추월의 귀재' 안현수가 건재를 과시한 무대였다. 남자 1000m 결선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절묘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어 선두를 빼앗은 안현수는 1분28초34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 10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1000m 우승에 이은 올 시즌 두 번째 정상 등극이다.
안현수는 세 바퀴를 남기고 한국 대표팀의 곽윤기(연세대)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선두를 내줬다. 순식간에 3위로 밀린 안현수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승부를 걸었다. 과감하게 인코스로 들어가며 단숨에 선두를 차지한 안현수는 이를 끝까지 지켜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곽윤기는 한 바퀴를 남긴 추월 장면에서 안현수와 부딪쳐 미끄러지며 6명 중 최하위에 그쳤다.
안현수가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옛 기량을 회복하면서 2014 소치올림픽을 내다보는 한국 쇼트트랙엔 비상이 걸렸다. 2008년 왼쪽 무릎 슬개골이 부러지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았던 안현수는 작년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러시아빙상연맹의 제의를 받아들여 러시아로 귀화했다. 안상미 SBS 해설위원은 "안현수가 체력과 스피드를 전성기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한국의 곽윤기·노진규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특히 전력이 상향 평준화된 1000m는 소치올림픽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우승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열린 남자 1500m 2차 레이스 결선에선 노진규(20·한체대)가 2분19초492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노진규는 월드컵 1~3차 대회 15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이 종목 세계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노진규와 곽윤기·이한빈·신다운이 뛴 한국 남자 5000m 계주는 네덜란드와 중국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간판 심석희(15·오륜중)는 1500m 1차 레이스에서 금, 3000m 계주에서 은, 500m에서 동메달을 각각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