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1955~2011·미국 애플사 창업자)가 일으킨 '감성과 기술의 융합 혁명' 이후 디자인의 역할과 위상은 크게 확장됐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도 어떤 디자인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 것. 이 같은 흐름을 따라 '창의 인재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감성은 수학 공식처럼 외워서 키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창의성을 가르치려 들기 전 자녀의 공부 환경부터 '상상력이 샘솟는 공간'으로 바꿔주는 게 제대로 된 순서란 뜻이다.
최근 실제로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긴 디자이너가 있다. 사람 형상을 한 와인 오프너 '안나 G'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72)가 그 주인공. 멘디니는 한창 공부할 나이의 손자를 위해 감각적 디자인의 학습용 조명 스탠드 '아물레또(Amuleto)'를 개발했다. 아울러 '라문(Ramun)'이란 브랜드 아래 집안 곳곳에 '감성'을 지펴 줄 조명 디자인을 여러 점 선보였다. 그런데 이 제품, 디자인 외에 각별히 신경 쓴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대체 뭘까?
◇학령기 눈 건강, 조명에만 신경 써도 '유지'
시력은 제아무리 건강한 성장기 어린이도 쉬이 나빠질 수 있다. '까짓 안경 끼면 되지'라고 간과하기엔 눈 건강이 학습 능력과 성격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허영재(46) 서울 명동 드림성모안과 원장은 "성장기 어린이의 시력 저하는 자칫 학습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이 나쁜 아이에겐 모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므로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심한 경우 두통을 일으키기도 하죠. 학습 능률 면에선 당연히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허 원장은 눈 건강에 도움되는 생활 습관과 환경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시력 검사는 초등학교 입학 후 해도 늦지 않다'는 건 어디까지나 편견입니다. 미취학 어린이라도 사물 관찰 시 미간을 자주 찌푸린다면 일찌감치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그가 꼽는 최악의 학습 자세는 '엎드려 공부하기'다. "엎드린 채로 공부하면 안압(眼壓)이 올라갑니다. 그림자가 발생하며 전반적으로 어두워지므로 눈의 피로도 빠르게 증가하죠."
허 원장에 따르면 눈이 피로해지는 걸 막는 최선의 방법은 '조명 선택'이다. "형광등은 '빛 떨림' 현상, 백열등은 까다로운 조도 조절이 단점이죠. 특히 빛 떨림 현상은 동공 수축을 관장하는 조절근의 과다 사용을 유도해 눈 피로가 가중되고 시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눈에 주는 부담이 가장 적은 조명으로 LED 제품을 꼽았다. "현재까지 나온 조명 중에선 LED 조명의 빛 떨림 현상이 가장 적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자녀의 학습 조명으로는 LED만 한 게 없습니다."
◇손자 위해 '조명 디자인' 나선 디자인계 거장
아물레또는 링(ring) 형태의 LED 램프다. 디자인의 모티프는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다. "사랑하는 손자가 추후 세상을 밝히는 존재로 자라길 바란다"는 노장 디자이너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물레또의 또 다른 매력은 완성도에 뒤지지 않는 내구성이다. 넓은 책상을 사용하는 아이, 유난히 동작이 큰 아이를 위해 누구나 부딪히지 않으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 부위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아물레또는 상하 조절과 위치 이동이 유독 유연하다.
아물레또는 평균 사이즈 외에 어린이 전용 '미니 버전'으로도 출시됐다. 안용수 라문코리아 전무는 "학부모와 자녀가 동시에 사용하면 집중력이 강화되는 건 물론 디자인 감각 배양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라문코리아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1호점을 열었다. 이곳에선 아물레또 외에 샹들리에 등 다양한 인테리어 조명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