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주말에 여성 피의자를 검사실로 불러서 '징역을 살게 될 것'이라고 압박한 뒤 성관계를 맺고 이 일이 문제 될 것 같자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검이 조사에 나섰다.
22일 대검 감찰본부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에서 실무 수습을 하던 A(30)검사는 지난 10일(토요일) "조사를 하겠다"며 피의자이던 B(43)씨를 검사실로 불렀다.
B씨는 상습 절도 혐의로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피의자였다.
주말이어서 검사실에는 A검사와 B씨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직접 성관계는 아닌 '성적 접촉'을 가졌다. A검사는 며칠 후에는 검찰청 밖에서 B씨를 다시 만나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맺었다.
올 초 로스쿨(1기생)을 수료하고,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검사로 발령받은 A검사는 서울동부지검에서 2개월간 검사 실무 수습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일 B씨의 변호사인 정모씨가 서울동부지검에 전화로 진정을 넣으면서 밝혀졌다.
정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A검사와 내 의뢰인인 피의자 B씨 사이에 불미스러운 성적 접촉이 있었던 것 같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조사 당시 검사가 '당신을 기소할 수밖에 없다. 기소되면 징역형이 나온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B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진정이 접수된 직후 A검사를 불러 진상 조사를 벌였으며 '두 차례의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후 대검 감찰본부에 그 결과를 통보했다고 한다.
A검사는 조사에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불기소해 주겠다'는 식의 조건을 내건 일은 없고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며 "검사실에서는 직접 성관계를 한 것은 아니고 며칠 뒤 만나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 A검사는 정 변호사의 진정이 접수된 이후(20일 이후) B씨와 다시 만나서 '이번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두 사람이 '이번 일로 법적 문제를 삼지 않고 외부로 오픈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 B씨는 이번 일로는 아직 검찰에서 조사받지 않았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에 따라 조만간 B씨를 불러 A검사가 강압적 분위기에서 성관계를 갖자고 했는지, 사건이 문제 될 것 같자 '합의'를 하자고 강요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A검사가 성관계를 강요하고 '문제 삼지 않는다'는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B씨와 합의한 것과는 관계없이 형사 처벌될 수 있다. 대검 감찰본부 관계자는 "일단 감찰을 하면서 상황에 따라 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A검사에 대한 감찰 조사 외에 서울동부지검장을 비롯한 동부지검 관계자들이 제대로 지휘 책임을 이행했는지에 대해서도 감찰을 벌여 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