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가늘고 긴 체형에 작고 하얀 계란형 얼굴. 한복과 쪽 찐 머리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아한 소녀, 전형적인 한국형 미인이다. 아무리 유심히 봐도 도무지 운동선수라고는, 그것도 정상급 강자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12일 열린 2012우수선수선발대회 여자 -49kg급 1위 김재아의 외모가 이렇다.

정말 육안으로는 ‘발차기라도 제대로 한번 할 수 있을까?’ 싶다. 하루 6경기를 뛰어낼 수 있는 체력을 가졌다고도 믿기 힘들다. 그러나 김재아는 매 경기마다 코트에서 상대를 압도한다.

고등부이상 전국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다퉈 체급별 최강자를 가려내는 우수선수선발대회에서 김재아는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며 1위에 올랐다. 지난 대통령기대회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우승이다. 다른 체급에 비해 유난히 많은 선수들이 격돌한 체급이었다. 총 51명이 출전해 대진표가 빼곡할 정도. 김재아는 예선부터 총 6경기를 연거푸 이긴 끝에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한국체대 4학년, 이미 삼성에스원 입단이 확정된 김재아는 초등학교부터 태권도를 수련한 엘리트 선수 출신. 흥해중, 흥해공고를 거쳐 한국체대에 진학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며 유명세를 탔다.

김재아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4년간 김재아를 지도한 한국체대 정광채 교수도 “체중 조절이 생활화 돼 있을 정도로 평소에 항상 준비를 해 놓는 성실한 선수”라고 김재아를 칭찬했다.

키 172cm에 49kg을 평소에 유지할 수 있다니 놀랍다. 보통 운동선수라들은 대회를 앞두고 체중을 줄인다. 늘 식사를 줄여 조절하면서 항상 저체중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시적 감량이 아니라면, 결국 유일한 방법은 늘 남들보다 더 많이 운동하는 것뿐이다. 김재아처럼 말이다.

김재아의 주특기는 왼발 돌려차기. 왼발을 앞으로 놓은 폼에서 강력하고 빠른 발차기가 상대의 얼굴과 몸통을 자유자재로 날아든다. 이번 대회에서도 많은 상대가 이 공격에 점수를 허용했다. 같은 체급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좋고, 위력적인 공격력을 갖춘 김재아는 모두 주목하는 인재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이 이미 만개한 꽃이라면 김재아는 이제 막 맺힌 꽃 봉우리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한하고 잠재력도 가늠할 수 없다. 절정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직은 올라가고 있다. 4년 후 브라질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길 주인공 후보 중 한명인 것만은 확실하다.

김재아가 넘어야 할 벽은 자신에게 있다. 지금까지 가졌던 국제대회 징크스다. 고교시절 출전한 스피인주니어태권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에 그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출전한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결승에서 무너졌다. 상대가 유난히 강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결승에서 유독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고의 실업팀 선수가 된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실력으로만 자신을 입증할 수 있는 냉혹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걸 알고 마음을 굳게 고쳐먹었다. '백척간두 진일보.' 더 이상 징크스 따위에 밀려 뒤로 물러설 곳은 없다. 최고를 향해 몸을 던질 각오만 마구 솟구친다.
신병주 태권도조선 기자[sign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