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달여 앞둔 직장인 김모(27)씨는 예비신부(27)와 함께 지난달부터 매주 상담센터에 가고 있다. 전세금 마련에서부터 시작된 감정싸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신부는 "이대로는 결혼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받는 상담은 '커플 상담'. 예비부부를 위한 일종의 '축소판 부부 상담'이다. 총 상담 비용이 60만원이 넘어 부담은 되지만 둘은 매주 한 번씩 총 6주간 상담을 받을 계획이다.
결혼을 앞두고 '커플 상담'을 받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각종 가족상담센터, 상담심리연구소 등은 기존의 부부 상담 외에도 커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주은 이주은부부상담심리센터 원장은 "상담자 110여쌍 중 10여쌍이 커플 상담을 받는 예비부부"라며 "2~3년 전에 비해 커플 상담 건수가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상담센터에도 전체 상담 중 커플 상담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상담 이유는 주택 마련, 혼수 등 결혼 준비를 둘러싼 갈등에서부터 성격 차이,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 등까지 다양하다. 강모(35)씨는 일주일에 3~4번씩 집에 찾아온다는 이유로 예비신부가 시어머니를 지나치게 부담스러워한다며 최근 커플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상담 결과는 정반대였다. 상담사는 강씨가 어머니로부터 심리적으로 자립을 하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 놨다. 강씨는 결국 자신의 태도를 바꿔야만 했다.
'과연 결혼해도 될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커플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다. 사내커플이었던 이모(31)씨는 예비신랑(32)이 자신의 감정에 무심하다고 생각해 최근 커플 상담을 받았다.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개선이 가능한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계산도 있었다고 한다. 상담을 통해 '고쳐지기 어렵겠다'는 대답을 들은 이씨는 결국 결혼을 포기했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이전 세대는 '결혼 후 살면서 맞춰나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강했다면 요즘 세대는 '결혼 전 사소한 것 하나라도 꼼꼼히 확인하자'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예비 배우자에 대한 '심리적 점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커플 상담이 늘어난다는 것은 젊은 층이 갈수록 결혼에 신중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