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의 18차 당대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 차기 최고 지도부를 뽑는다.
시 부주석은 오는 15일 열리는 18기1중전회(18기 중앙위 1차 전체회의)에서 당 총서기로 공식 선출된다. 이어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으로부터 국가주석직을 넘겨받는다.
하지만 시 부주석이 곧바로 중국 최고 권부인 중난하이(中南海)의 실질적 주인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후 주석이 2년간 군통수권을 관할하는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하면서, 중난하이 내 '주석 관저'를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난하이는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자금성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명·청 시대에 황실 정원이자, 행궁·연회 장소 등으로 쓰인 이곳은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단 거주 지역이자 집무 공간 역할을 해왔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을 포함한 당시 최고지도부는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총리의 제안에 따라 단체로 이곳에 들어왔다.
중난하이는 자금성 서쪽에 있는 중하이(中海)와 난하이(南海) 등 두 호수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호수 주변으로 명·청 시대의 오랜 전각과 망루, 베이징 전통의 사합원(四合院) 식 저택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체 구역 면적은 100만㎡에 이르고, 이 중 47만㎡가량이 호수면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거주하고 집무한다는 점에서 이곳은 우리나라 청와대와 미국 백악관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다만 집단지도 체제인 중국 정치 체제 특성 때문에 거주하는 인원이 훨씬 더 많다. 또 임기가 끝나고 퇴임한 원로 중에서도 곧바로 나가지 않고 그대로 체류하는 이가 적잖은 것도 다른 점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전임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2003년 국가주석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중난하이를 나간 것은 7년이나 지난 2010년으로 알려졌다. 장 전 주석이 중난하이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석 관저를 차지하고 있어, 후 주석은 그보다 작은 관저에서 임기 대부분을 보냈다고 한다.
또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 완리(萬里) 전 부총리 등 은퇴 원로들도 계속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원로들이 남으면서, 중난하이는 관저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거주 공간이 한정돼 있어 현직 최고지도부에 속한 상무위원 상당수가 중난하이 밖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무위원 9명 중에서도 후 주석과 시 부주석,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정도만 중난하이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재임 중 아예 바깥에서 생활했다. 2007년 상무위원이 된 시 부주석도 중난하이 내에 관저가 없어 한동안 외부 생활을 했다.
중난하이 안에는 당 중앙판공청, 국무원 판공청 등 최고지도부를 보좌하는 기관들도 있다. 중난하이 북쪽에 있는 자광각(紫光閣)은 총리가 국빈을 접견하는 곳으로 베이징의 외교사절들은 출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직후인 196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중반 중난하이를 시민에 개방했지만,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에는 외부인 접근을 차단했다. 경호는 당 중앙 판공청 산하의 중앙경위국(中央警衛局)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