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5위에 올라 중국 기업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한 국유 기업 시노펙(중국석유화공)은 지난 수년간 중국민의 '공적'이 됐다.
2009년 베이징 본사 로비에 설치한 호화 샹들리에 가격이 1200만위안(약 21억원)이나 된다는 의혹으로 지탄받았고, 지난해에는 광저우(廣州)지사가 선물용으로 고급 와인과 마오타이(茅台)주 300만위안(약 5억4000만원)어치를 대량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 소동이 벌어졌다.
매년 늦가을마다 중국 각 지방에서 일어나는 경유 공급 부족 사태도 시노펙과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의 경유 수입 독점이 주요인으로 거론된다. 경유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공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안후이(安徽)성 전력공사가 배기량 2.0L급의 폴크스바겐 중형차를 관용차로 대거 구입해 300명의 중·고급 간부에게 개인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일이 밝혀져 국유 기업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다.
중국 국유 기업들이 이처럼 돈 잔치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전기·통신·석유·금속·금융·석탄 등 각 분야에 걸쳐 독점을 바탕으로 막대한 돈을 벌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경제 시대의 산물인 중국 국유 기업은 1990년대만 해도 개혁 대상이었다.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거대한 부채 더미 위에 올라앉아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을 했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보수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유 기업 개혁을 밀어붙여 수만 개의 기업을 민영화하고, 국유 기업 직원들에게 보장된 '철밥통'을 깨뜨렸다.
하지만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집권한 2003년 이후 국유 기업은 부활했다. 합병과 민영화로 기업 숫자 자체는 줄었지만, 정부가 보장한 독점의 기반 위에서 급격히 덩치를 불렸다. 2002년 8조9095억위안이었던 중국 국유 기업과 정부 투자 기업의 자산은 지난해 28조1674억위안으로 후 주석 집권 10년간 3배로 증가했다. 국유 기업이 중국 제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금액 기준)은 26%가량이다. 하지만 범위를 500대 기업으로 좁히면, 지난해 500대 기업의 매출 84.7%, 이윤의 83.7%를 국유 기업이 차지했다. 올해 세계 500대 기업에 든 73개 중국 기업 중 68곳이 국유 기업이다.
국유 기업 부활은 2000년대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효과로 중국 경제가 호전되자, 집권층이 국유 기업 개혁을 중단한 것이 주요인이다. 기간산업 분야는 덩치 큰 국유 기업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가 주춤하면서, 국유 기업의 폐해는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주범으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국유 기업이 독점 공급권을 갖고 있는 에너지·자원 분야는 높은 공급가로 인해 민영기업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막대한 이윤을 연구·개발(R&D)보다는 퇴직 직원 복지에 쏟아부어 중국 기업의 과학·기술 수준 정체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적잖다. 경기부양 과정에서 정부가 푼 자금도 국유 기업에 대거 배정되고 있다. 바오위쥔(保育鈞) 민영기업연합회 회장은 "중소기업의 90%는 정부가 푼 대출자금을 만져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권력층의 자녀와 친·인척, 측근이 주요 국유 기업을 장악하고 있는 점도 개혁의 걸림돌 중 하나이다. 리펑(李鵬) 전 총리 집안은 전력 분야, 태자당(太子黨)의 대부인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은 석유 분야에서 각각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권력과 자본이 결합해 이익을 독점한다고 해서 '권귀(權貴)자본주의'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징롄(吳敬璉)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지금 개혁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은행도 올 2월 보고서에서 "국유 기업 개혁이 없으면 경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