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 중산고엔 '청개구리'란 이름의 미술부 동아리가 있다. 지난 1999년 개설돼 그간 이곳을 거쳐 간 졸업생은 192명. 그런데 그들이 받아든 미술대학 합격 통지서는 270개나 된다. 합격률이 140%에 이르는 셈이다. 홍익대(25명)를 비롯, 서울대·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진학 대학의 면면도 화려하다. 100% 사교육 도움 없이 이뤄낸 성과다. 지난달 25일, 양승만(43) 지도교사와 부원들을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13년 만에 부원 수 2명에서 85명으로 급증
양 교사가 처음 청개구리를 개설했을 때만 해도 중산고는 '고양 시내 중학생 진학 기피 1순위 고교'였다. 신생 학교인 데다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 공부에 흥미 없는 학생만 모여들었기 때문. (당시 고양시는 고교 평준화제 적용 예외 지역이었다.)
양 교사는 일단 빈 교실 한 칸에 석고상 두 개를 놓고 부원을 모았다. 이후 '열악한 시설을 실력으로 만회하자'며 부원들을 데리고 전국 각지 미술 대회에 얼굴을 내밀었다. 특히 고무 판화 일색이던 판화 부문에서 '다색 목판화'로 상을 싹쓸이했다. 그렇게 받은 장학금으로 이젤 등 장비를 갖추며 동아리 규모는 점차 커져갔다. 설립 연도 당시 달랑 둘이었던 부원은 올해 85명까지 늘었다.
요즘도 85마리의 '청개구리'는 매일 수업을 마친 후 오후 6시부터 9시 40분까지 함께 모여 창작 활동에 매진한다. 전시회·기차여행·봉사활동 등 모둠 활동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홍익대 미술대학에 응시할 때 제출해야 하는 '미술활동 보고서'엔 비교과 활동을 무려 '10개'나 기재하도록 돼 있다. 양 교사는 "청개구리 활동을 1년만 계속하면 10개쯤은 거뜬히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원 정윤서(1년)양은 "일정이 빡빡하긴 하지만 하나도 안 힘들다"며 웃었다.
◇교사·학생·선후배·학부모… 너나없이 '가족'
양 교사가 보유한 '140% 합격률'의 비결은 '데이터'. "가령 지난해 홍익대 미대에 진학한 청개구리 출신 부원이 있다면 그 친구의 1학년 이맘때 내신 성적과 미술대회 성적 등을 분석, 현 부원에게 적용합니다. 누적된 자료가 13년 분량이나 되다 보니 이젠 저도 '입시 도사'가 다 됐어요."(웃음)
부원들의 학부모는 2개월에 한 번씩 참관 수업에 출석해 자녀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양 교사와 상담을 거친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은 전적으로 양 교사를 신뢰한다. 2학년 전체 석차 1등이면서 청개구리 부원으로 활동 중인 김민지양은 "미대 진학을 완강히 반대하던 부모님도 '청개구리라면 믿고 맡기겠다'고 하셨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