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명실상부한 예향(藝鄕)이다. 음악, 미술, 문학 등 어느 분야 하나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지 현재의 모습이 있기까지는 선각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대구의 문화예술을 현재에 이르도록 초석을 쌓은 원로들의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월간 대구문화의 임언미 편집장이 펴낸 '대구, 찬란한 예술의 기억'(한티재 출간)〈사진〉이다.

이 책은 대구의 원로 예술인 17명과의 인터뷰를 엮은 것. 저자가 그동안 진행해 왔던 인터뷰를 기초로 해서 추가로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정리해 완성한 노작(勞作)이다.

이 책에 실린 인물은 사진작가 강상규,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권명화, 서양화가 김종복, 작곡가 우종억, 서양화가 신석필, 문학인 윤장근, 대구시향 초대 지휘자 이기홍, 극작가 이만택, 연극인 이필동, 서양화가 정점식 등. 대구를 근거지로 활동하면서 문화와 예술에 일생을 바친 이들이다.

이들 덕분에 대구의 문화와 예술은 그 어느 곳보다도 풍요로웠고, 살을 찌웠다. 일부는 안타깝게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책에는 원로 예술인들이 예술이라는 화려한 모습 이면에서 겪었던 외로움과 고뇌, 기쁨과 보람 등을 진지하게 들려준다. 그들의 예술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그들이 한평생을 바쳤던 예술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그들이 살았고, 근거지로 삼았던 대구의 구석구석을 이해할 수 있는 쏠쏠한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저자인 임언미 대구문화 편집장은 "대구의 문화예술을 일군 원로 예술인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예술을 취재해 보자는 뜻에서 출발한 것이 책으로 엮어지게 됐다"며 "이 책이 대구의 문화예술의 토양을 일군 분들에 대한 기록 남기기 작업의 출발점으로 자리하고 또 그런 작업의 소중함과 시급함을 일깨우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