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강원도 고성 22사단의 철책 중 한 곳에는 손가락 두 개 크기의 빨간색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지난 2일 밤 우리 GOP 내무반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군 병사가 넘어온 곳을 표시해 놓은 것이었다. 군 관계자는 "11일 북한군 귀순병과 함께 현장 실사를 했다"며 "3중 철책 중 가운데 철책을 넘는 데 52초, 마지막 철책을 넘는 데 1분1초가 걸렸다"고 말했다. 군이 11일 "1개의 철책을 넘는 데 평균 4분 정도 걸렸다"는 설명보다 훨씬 더 빨리 넘은 것이다. 북한군 병사는 처음에 넘어온 철책 지역은 기억을 못 했다고 한다.
국회 국방위는 이날 북한군 귀순병이 철책을 넘어 최전방 소초(GOP 내무반) 문을 두드리고 귀순한 22사단 예하 부대를 찾아 현장 검증을 했다. 북한군 귀순병은 소속 부대에서 먹을 것을 훔쳐 먹다가 상관과 싸운 뒤 보복이 두려워 지난달 29일 새벽 탈영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병사는 철책의 Y자 지지봉을 타고 철망을 오른 뒤 위쪽에 설치된 윤형(원형) 철조망 사이를 벌려 그 안을 통해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군 병사는 키 160㎝·몸무게 50㎏으로 체격이 왜소해 원형 철망 사이로 통과가 가능하고, 북한군 전투화는 우리 전투화와 달리 밑바닥이 운동화처럼 부드러워 철책을 타고 넘는 게 용이했다는 게 우리 군의 설명이다.
3중 철책 10여m 앞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조성직 22사단장(소장)은 "열상감시장비(TOD)도 수풀이 우거져 있을 경우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 귀순병이 넘은 철책의 왼쪽에 있는 초소는 거리가 30여m 떨어져 있었지만, 산악 지형으로 귀순병이 넘은 곳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 해당 지점을 보기 힘들었다. 오른쪽에 있는 초소는 약 70여m 떨어져 있었다. 북한군 병사는 철책을 넘은 뒤 이곳을 찾아 처음 귀순을 하려고 했으나, 근무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초소는 이동 순찰할 때 특이 사항을 점검한 후 다시 돌아가는 기점"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이후 북한군 병사는 넘어온 지점에서 250m 떨어진 동해선 경비대 건물을 찾아 문을 두드린 후 인기척이 없자 그 옆으로 30m 떨어진 내륙 1소초(GOP 내무반)로 가서 문을 두드려 귀순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처음 북한군 병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던 GOP 내무반의 CC(폐쇄회로)TV는 5만1000원짜리 가정용 CCTV인 것으로 확인됐다. 탄약을 나눠주고 수거하는 '탄약 수불대'를 감시하기 위해 1년 전 설치됐으며, 카메라 방향도 내무반 입구가 아니라 탄약 수불대를 향해 있었다.
이 CCTV의 녹화기록 중 2일 귀순 시점(오후 11시 19분)을 포함해 오후 7시 26분부터 다음 날 1시 8분까지 기록이 없는 것에 대해 군 관계자는 "작전 시간을 명확히 기록하기 위해 하루 두 차례 시간을 똑같이 맞추는데, 당시 근무병이 10월 2일을 9월 2일로 잘못 입력해 녹화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의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일어난 22사단에선 2003년 이후 민간인 7명, 군인 1명이 귀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