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핵심 전력(戰力)으로 평가받는 K-9 자주포가 설계 결함과 부실 부품 때문에 각종 결함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99년부터 실전배치된 K-9은 현재 700여대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비롯한 최전방 부대에 집중 배치된 우리 군의 최신형 무기다. K-9은 군 포병 화력 중 숫자상으로는 구형 K-55 자주포(1000여대)보다 적지만 북한의 서북도서 도발은 물론 DMZ(비무장지대) 인근 북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중추 전력이다. 그러나 2010년 11월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5대의 K-9 자주포 중 정상 가동된 것은 2대에 불과했었다.
특히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2015년 12월)을 불과 3년2개월여 앞두고 서북도서 등 북한 국지도발에 대응할 우리 군 핵심무기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엔진에서 연료가 새어나와 화재도 발생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이 4일 국방기술품질원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9 엔진의 핵심 부품인 엔진제어장치(CDS)의 결함 때문에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훈련을 위해 이동 중 갑자기 K-9이 멈춰버리는 사고가 당국에 신고된 것만 2010년 1대, 2011년 3대, 2012년 13대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경기도 가평 수도기계화사단의 훈련 도중 K-9 한 대가 이동 중 시동이 꺼지더니 엔진에서 연료가 새어나와 화재가 발생했다. 또 다른 한 대는 조종수 계기판에 고장 표시가 들어오더니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기도 했다.
K-9 엔진을 개발한 독일의 제작 업체는 지난해 기존의 엔진 제어장치의 내부 부품생산을 중단했다. 단종된 부품 대신 업체는 재설계한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우리나라에 통보했는데 국방기술품질원의 자체 검토 결과 기존 제어장치와 새 부품의 호환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1개 포병대대 K-9의 70%가 고장 나기도
자주포의 핵심 장치인 사격통제 장치도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 2009년 9월 강원도 철원의 한 포병대대의 한 K-9이 장전 과정에 문제가 생겨 짧은 시간에 다량의 포탄을 발사하는 급속(急速) 사격이 되지 않았다. 동시에 포탄 발사를 한 뒤 한 지점에 시간차를 두고 적중시킬 수 있는 K-9의 핵심 기능을 위한 포구 속도 측정 기능도 42발 중 15발이 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2010년 2월과 6월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전 부대의 K-9 장비에 다운로드 받게 했지만 지난해 3월 경기도 파주와 연천의 포병대대에서 각각 8대와 2대의 K-9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수도기계화사단의 K-9 13대에서 사격통제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켰다. 한개 포병대대에 18대의 K-9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대 전력의 약 70%에서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핵심부품 모두 수입, 원인파악도 안 돼
터키에 수출되고 있는 K-9은 현재 인도네시아와 호주에도 수출을 추진 중인 국내 대표적인 무기다. 하지만 엔진제어장치 같은 약 30%의 핵심부품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7월과 9월 경기도 일산의 9사단에서 K-9 2대의 항법장치(GPS)가 고장 났지만 군은 "미국의 원제작사에서만 분해·확인 가능한 부분"이라며 아직도 정확한 결함 원인 파악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처음 만든 K-9의 설계도가 예산과 시간제한, 군의 과도한 개입으로 처음 설계에서 다소 변경돼 각종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잦은 고장 원인 뒤에 중고 부품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