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 공학적 계산"이라거나 "○○○식 정치 공학"이라는 말을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된다. 대학에서 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궁금해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정치인들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표를 얻고자 할 때처럼 그들의 부정적 행태를 비유할 때 이용되는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그 용어를 들을 때마다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만연된 공대 입학 기피현상으로, 대학본부 차원에서 공대 입학 정원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대학원 강의에 들어가 보면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계 유학생들이라서 한국에서 강의하는 것인지 외국에서 특강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가 된 게 작금의 상황이다. 공학과 아무 상관없는 정치인들이나 언론인들이 특히 청소년들에게 공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심어주고 있는 듯해 유감스럽다.

우수 공학인을 양성하고 이들이 사회의 주축을 형성하고, 다시 좋은 공학인이 배출되는 선순환 구조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국책 연구소에서 병역 특례를 받을 정도로 연구 능력이 있는 우수한 연구원들이 특례가 종료됨과 동시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이공계를 살리자는 주장조차도 이제는 들리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치인들과 언론 매체에서 공학에 부정적 이미지까지 덧씌워 완전히 녹다운시키고 싶은 것인가? 어려움 속에도 조용히 연구·개발에 매달리면서 아직 남아 있는 공대 사람들에게 '작은 예의'를 지켜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