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타르트옵티컬측
"창립자 후손에게서 지분 모두 인수
폐업 상태서 상표 무단 도용당했다"

한국 레인코트社
"작년 7월 특허청에 상표권 등록
없어진 회사 복각품 판매는 적법"

할리우드 영화배우 조니 뎁이 즐겨 착용해 일명 '조니 뎁 안경'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명품 안경테 브랜드 '타르트옵티컬(TART OPTICAL)'. 그런데 이 브랜드의 판권을 두고 두 회사가 한국 법원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타르트옵티컬 측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가짜라고 주장하고, 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미국 본사에 정통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타르트옵티컬은 1948년 뉴욕에서 문을 연 안경테 회사다. 회사 창립자인 줄리어스 타르트는 테가 굵고 큼직한 안경을 선보였고, 타르트옵티컬은 1950년대 미국의 안경 스타일을 선도했다. 제임스 딘 등 당시 유명 배우들도 이 안경테를 즐겨 썼다.

그러나 변화하는 안경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한 타르트옵티컬은 1970년대 들어 경영난을 겪게 된다. 결국 자금 압박을 이기지 못한 타르트옵티컬은 생산을 중단했고,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르렀다.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가던 타르트옵티컬을 회생시킨 것은 2000년대 들어 분 할리우드의 복고풍이었다. 빈티지 스타일의 안경이 필요했던 영화배우 조니 뎁은 LA의 한 빈티지숍에서 10여개의 타르트옵티컬 안경을 구매한다. 선이 굵은 빈티지 스타일의 수제 안경테가 인기를 끌며 타르트옵티컬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갔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데미 무어, 가수 레이디 가가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이 안경테를 썼다.

현재 타르트옵티컬을 경영하고 있는 데이비드 하트는 2008년 회사 창립자가 사망한 후 후손들에게서 회사 지분 전체를 인수했다. 이후 회사는 1970년대 이전의 빈티지 스타일 안경테를 한정수량으로 제작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안경테의 가격은 40만~5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던 타르트옵티컬은 한국에 이미 타르트옵티컬이란 이름으로 상표권 등록을 마친 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타르트옵티컬 관계자는 "1970년대 이전에 해외에서도 상표권 등록을 했었지만, 당시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가 생산중단 등으로 사실상 폐업상태에 빠져있는 틈을 타 무단 도용을 당했다는 것.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타르트옵티컬 제품은 '레인코트'사에서 만들고 있다. 레인코트는 지난해 7월 한국 특허청에 '타르트옵티컬'로 상표권 등록을 마치고 안경테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도 일본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명품 안경으로 타르트옵티컬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복각(復刻)품이라고 말한다. 레인코트 측은 "타르트옵티컬은 이미 사라진 회사고, 사라진 회사의 제품을 복각판 형태로 출시해 판매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레인코트코리아의 대표는 "이미 수십년 전 폐업을 한 회사로 2008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는 미국 회사 역시 우리와 법적 지위가 똑같은 복각판을 만드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미국 타르트옵티컬 측은 레인코트에 상표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08년 회사를 인수하며 모든 판권을 승계했고, 레인코트 측이 명백히 상표권을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안경을 판매하는 안경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경기도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한 안경사는 "소송 결과에 따라 고객들의 대량 환불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올해 말쯤 결말이 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