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A초등학교 B교장은 최근 전기실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지하 1층에 수영장이 있고 그 바로 아래 지하 2층에 전기실이 있는데, 수영장에서 전기실로 물이 새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B교장은 "누수 때문에 누전 차단기가 작동하면 갑자기 건물 전체 전기 공급이 끊어질 수도 있고 자칫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육청에 수영장 보수공사에 필요한 예산을 긴급 요청했다.
A초등학교뿐 아니라, 서울 지역에 수영장이 있는 학교 56곳 가운데 초등학교 1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2곳, 특수학교 1곳 등 총 17곳(30.3%)이 수영장 바로 아래층에 전기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울교육청이 곽재웅 서울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전문가들은 "전기 시설과 저수 시설은 가까이 두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강남의 C초등학교 D교장은 매일 수영장 아래층에 있는 전기실과 보일러실을 살펴보는 것이 일이다. 14년 전에 문을 연 이 수영장은 시설이 낡아 수차례 보수공사를 해온 데다, 수영장 물을 데우는 보일러실과 전기실에 습기가 차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안전관리팀 민경원 사무관은 "수영장 지하에 전기실이 있을 경우 ①새어나온 물이 통로가 돼 수영장 내 감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②누전차단기가 작동해 건물 전체에 전기 공급이 끊길 수 있으며 ③누전으로 화재가 일어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를 지을 때 '수영장 아래 전기실'을 제한할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전기 시설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지식경제부 '전기설비기술기준'이 있지만 저수 시설과 전기 시설의 거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사고 가능성 때문에 가능하면 수영장 지하가 아니라 수영장 옆이나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하에 전기실을 설치하는 경우 이·삼중 방수처리를 하고 누전 차단 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력 2012.09.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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