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피에타'가 뭐야" "영화 포스터와 비슷한 조각을 본 적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유명한 '피에타'가 문화적 상징으로 더욱 부상할 전망이다. 김기덕(52)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피에타'란 단어는 많은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는 중. 사실 조각으로, 소설로 '피에타'는 이미 한국 문화 속에서 그 보폭을 상당히 넓혀왔다.

미켈란젤로, '피에타'의 典範을 만들다

'연민' 또는 '자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피에타(Piet )'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주검을 붙들고 슬퍼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을 통칭한다. 13세기 말~14세기 초 독일과 북유럽 가톨릭 신자들은 나무로 만든 피에타 목각상을 들고 기도에 열중했다.

"나는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리석 작품을 만들 거다." 1498년 젊은 예술가 미켈란젤로(1475~1564)는 이탈리아에서는 낯설었던 '피에타'를 만들라는 추기경의 주문에 이렇게 응수했다. 이듬해 24세의 미켈란젤로는 '피에타'(높이 174㎝)를 완성, 이는 이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됐다.

15세기 미켈란젤로가‘피에타’의 전범을 세운 이래,‘ 피에타’는 수 세기를 거쳐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돼 왔다. 미켈란젤로의‘바티칸 피에타’(사진 위), 이용백의‘피에타:자기 죽음’(2008·사진 가운데), 박상희의‘피에타’(2012·사진 아래 오른쪽), 김기덕 감독의 영화‘피에타’포스터 이미지(사진 아래 왼쪽).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처음 공개됐을 때, 중년의 마리아가 아들보다도 젊게 묘사된 점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영혼이 아름답다면 육체 또한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신(新)플라톤주의의 신봉자였던 미켈란젤로는 "마리아의 순수한 영혼이 완벽한 육체를 영원히 지켜준 것"이라고 답했다. 현실의 비례와는 맞지 않게 뒤쪽에 앉은 마리아가 더 크게 표현됐지만, 오히려 이는 조각을 완벽한 삼각형 구도로 만들어 안정감을 줬다. 또 관람자의 시선과 같은 높이에 예수의 얼굴이 놓임으로써 예수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르네상스 시대 미술사가 조르조 바자리(1511~1574)는 이 조각을 두고 "조각이라는 예술의 모든 가능성과 힘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미술·문학에서 끊임없이 재해석

'피에타' 이미지는 최근에도 활발히 소비되고 재해석되는 중이다.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 이용백(46)은 '피에타'를 모자(母子) 관계가 아니라 자아와 또 다른 자아의 관계로 해석했다. 그는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푸집을 성모 마리아 위치에 놓고, 그 거푸집에서 나온 조각을 예수의 자리에 놓아 거푸집이 자신을 모태로 한 조각의 죽음을 들여다보도록 한 '피에타: 자기 죽음' 등을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벨기에 작가 얀 파브르(54) 역시 작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성모 마리아를 해골로 제시하고, 작가 자신의 얼굴을 한 예수가 오른손에 뇌(腦)를 들고 있는 '피에타'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조각가 박상희(57)는 최근 개인전에서 부처가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형상의 '피에타'를 통해 종교 간의 화합을 꾀했고, 미디어 아티스트 리경(43)은 2007년 고대 신전과 같은 공간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올 때마다 액자에 피에타 이미지가 나타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피에타'는 주제를 관통하는 주요 이미지. 소설의 끝 부분, 어머니를 잃어버린 주인공은 로마를 방문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앞에서 고해하듯 이렇게 말한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자비' 없는 사회에 대한 神의 '용서'

'피에타'는 모성(母性)에 대한 희구(希求), 구원에 대한 갈망을 상징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도 무자비한 채권 추심 업자인 남자 주인공(이정진)이 엄마를 자처하는 여인(조민수)에게서 '구원'을 갈구하는 내용이다.

미술사학자 이주은 성신여대 교수는 "'피에타'는 죄 없는 자(예수)의 희생적 죽음을 통해 자비 없는 사회를 고발해, 보는 이에게 처절한 고통을 안기지만, 그 고통을 '분노와 복수'가 아니라 '용서와 수용'으로 승화시키도록 하는 이미지"라고 했다. "모자(母子) 관계를 통해 신(神)의 경지에 이르는 용서를 보여주는 것이 '피에타'가 21세기에도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이유"라는 것.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는 "근대화의 단선적 발전론이 방향성을 잃고,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상실감을 겪고 있어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압축 성장의 대표적 모델인 한국을 배경으로 '구원'을 제시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세계적인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