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국 사로잡은 '프림 한류'_ 러, 커피·코코아에 듬뿍 넣어… 식사 대용으로 즐기고,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은… 가축 젖 대신 茶에 넣어
현지문화에 맞춰 무한 변신_커피믹스처럼 '티믹스' 디저트로 '프림 버블티' 시리얼에 우유 대신 넣기도

가장 맛있는 커피·프림·설탕 혼합 비율은 기호에 따라 달라도 한국인의 '다방커피'에 프림이 빠질 수는 없었다. 커피는 해외에서 들여온 음료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프림은 한국의 독자기술로 개발한 식품이다. 동서식품은 1974년 우유로 만들던 커피 크리머(creamer) 대신 물에 잘 녹고 쉽게 상하지 않는 식물성 크리머 '프리마'를 내놓았다. 그리고 프리마는 순식간에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커피 크리머를 프림으로 부르게 된 것도 프리마란 제품 이름이 '초코파이'나 '요플레'처럼 보통명사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 프리마 제품 전차 광고.

한국에선 2000년대 이후 골목마다 커피전문점이 생겨나는 등 원두커피가 인스턴트 커피의 인기를 잠식하고 있지만, 해외에선 오히려 프림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커피에 넣는 크리머로서뿐 아니다. 프림은 현지의 음료 문화에 적응해 다양한 형태로 변신을 하며 '프림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극한(極寒)의 러시아에서 프림은 열량을 보충해주는 음료 첨가제로 활용된다. 블라디보스토크 보따리상들은 1991년 구소련 해체 후 생필품이 부족해진 러시아에 프림의 맛을 처음 알렸다. 프림은 음료에 분유를 즐겨 넣는 러시아에서 분유 대용으로 쓰이게 됐다. 러시아인들은 코코아를 마시면서 보통 열량이 높은 아이스크림이나 분유를 첨가하는데, 여기에 프림을 대신 넣는 식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는 러시아 직장인들이 커피에 프림을 잔뜩 넣어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한다"고 했다. 프림이 분유 대용으로 쓰이자 동서식품은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게 대용량 포장의 프리마를 내놓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 프림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에는 수출액이 800만달러를 넘어섰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대형 할인매장에서 프리마 판촉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도 프림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은 전통적으로 차에 가축의 젖을 넣어 마신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며 유목 생활을 포기하는 주민이 늘었고, 매일 신선한 가축의 젖을 짜 마시던 생활방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때문에 가축의 젖 대신 프림을 넣어 차를 마시는 주민이 늘어났다는 것. 현지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이웃이나 친구를 초대해 저녁을 함께 먹고, 큰 주전자에 프림을 넣은 차를 끓이면서 2~3시간씩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1995년 30만달러에 불과했던 중앙아시아 수출액은 지난해엔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동남아시아에서 프림은 커피믹스, 티믹스 등 다양한 인스턴트 제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지역에선 커피·프림·설탕이 들어간 커피믹스뿐 아니라 프림과 차를 넣은 티믹스, 프림 버블티(bubble tea·차가운 밀크티의 일종) 등의 인스턴트 제품이 디저트로 인기를 누린다. 심지어 아침 대용으로 먹는 시리얼에 우유 대신 프림을 넣어 먹기도 한다. 싱가포르에선 한국에서 프림을 수입, 재가공해 커피믹스 형태로 해외에 수출하기도 한다.

프림은 현재 2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전체 수출액도 4900만달러에 이른다. 최상인 팀장은 "지역별로 식문화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며 현지화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며 "현지 문화를 반영한 TV광고, 경품행사, 차량광고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여 프림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