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서울시립대 논술시험은 일정 형태를 유지해 왔다. 고전(古典)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발췌한 제시문을 여러 개 주고, 찬반양론이 비교적 뚜렷한 쟁점에서 끌어낸 논제와 관련 세부 문항을 제시하는 형태다. 그 중엔 도표나 그림의 설명·해석을 요구하는 문항도 포함돼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 같은 유형은 올해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될 예정이다. 다만 수험생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까지 나왔던 영어 제시문이 올해는 출제되지 않는다. 최성모 서울시립대 입학관리본부장은 "특히 올해부터 우리 대학 논술고사 문항은 출제부터 채점까지의 전 과정에 현직 고교 교사가 참여한다"며 "고교 교육과정을 한층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 제대로 비판할 줄 알아야

서울시립대는 논술시험을 통해 크게 네 가지 능력을 평가한다. 첫 번째는 여러 개의 제시문과 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연결 지어 논제가 요구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능력, 곧 '논제 이해력'이다. 두 번째는 주어진 논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결정하는 능력, 세 번째는 제시문을 독해·분석하고 논거를 제시하는 능력, 마지막은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의 논거를 분석·평가하는 능력이다.

최성모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시립대 논술 문제 유형을 '요약·비교분석·견해제시형이 혼합된 형태'로 정의했다. "(논술고사 시행의) 최종 목표는 '학생들이 주어진 논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타인의 견해도 잘 파악해 비판할 수 있어야겠죠. 따라서 우리 대학 논술에선 단순 견해 제시 능력뿐 아니라 자신의 견해와 상반되는 제시문의 논거를 파악·요약·비판하는 능력까지 평가합니다."

이 같은 출제 방침은 지난 6월 시행된 2013학년도 서울시립대 모의논술 문항에도 잘 드러난다. (당시 문제지와 해설, 예시 답안은 서울시립대 입학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1번 문항은 '제시문 (가)를 요약하고 (가)와 견해가 다른 제시문을 찾아 논거를 요약한 후 차이점을 밝히라'고 돼 있다. 제시문 요약 능력뿐 아니라 제시문의 견해와 관점을 파악해 서술하는 능력을 복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문항이다. 3번 문항은 '위 주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한 후 제시문을 활용해 논거를 제시하고, 반대편 논거를 담은 제시문의 주된 내용을 비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문항은 답안 분량(1000자)이 비교적 긴 편이며 배점(50점)도 높다.

◇규정 글자 수 '±200자' 넘으면 '0점' 처리

채점 기준 역시 평가 요소와 일치한다. 주된 기준은 △논제 이해와 입론 능력 △지문 독해·분석 능력 △지문 활용 논거 제시 능력 △조건에 맞는 서술 능력 등이다. 모의논술 1번 문항을 예로 들면 △출제위원이 원하는 핵심구를 포함, 제시문 (가)를 논리적으로 요약했는지 △6개 제시문 중 (가)와 견해가 다른 제시문(제시문 〈다〉와 〈라〉)을 모두 찾았는지 △제시문 (다)와 (라)의 논거를 정확히 제시하고 (가)와 차이점을 분명히 밝혔는지가 고득점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된다.

최성모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시립대 논술고사를 겨냥하는 수험생에게 △주어진 글자 수를 잘 지킬 것 △답안지엔 답안과 무관한 어떤 표시(인적사항 포함)도 하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이를 어길 경우, 답안 내용과 상관없이 실격 처리될 수 있다. 특히 정해진 글자 수에서 200자를 초과하거나 부족한 답안은 '0점' 처리된다. 그는 "불필요한 서론이나 중복·유사 표현은 삼가되, 처음부터 문제의 핵심을 짚어 주장과 근거를 펼치라"며 "우리 대학 논술시험에선 다양한 장르의 제시문이 출제되므로 인문·사회 계열 교과서를 통독하고 뚜렷한 주장이 담긴 신문 칼럼이나 인문 교양 서적을 꾸준히 읽어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