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강원도 원주 육민관고등학교 체육관에는 오전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한양대학교에서 주최한 전공체험 행사인 '제1회 전공진로 탐색체험(전진탐험)'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토요일인데도 강릉·춘천 등 강원도 전역의 중·고등학생 1300여명이 참석했다.

(위) 지난 25일 강원도 원주 육민관고등학교에서 열린‘전진탐험’행사에서 전공알림단‘흄’의 남용현(기계공학과 3학년)씨가 참가한 고등학생들과 함께 수수깡으로 구조물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아래) 지난 7월 서울시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진로직업박람회’에서 한양대 전공알림단‘흄’소속의 임고은(오른쪽·수학과 3학년)씨가 한 여고생에게 수학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체육관 곳곳에 마련해 놓은 정책학과·파이낸스 경영학과·의류학과·의예과 등 20여개 전공관련 체험 코너에는 각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섰다.

전진탐험의 첫 번째 장소로 강원도가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창단한 한양대 학생 전공알림단 흄(HUMM·Hanyang University Major Manager)이 서울·경기 지역의 고등학교를 돌며 진로 수업 시간에 전공분야 설명회를 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강원 진로진학상담교사 협의회'가 지난 7월 초 "강원도에도 방문해 행사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평소 각종 교육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낙후지역 학교에까지 전공분야 설명회를 확대할 계획이었던 전공 알림단에게도 좋은 기회였다. 전진탐험의 총책임을 맡은 정찬영(신소재공학과 3학년)씨는 "강원지역에 가는 김에 한두 개 고등학교만 방문하는 것보다 더 많은 청소년에게 진로에 대해 길 안내를 해줄 기회를 마련하고자 '전진탐험'이라는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전진탐험에는 강원 지역 24개 중학교와 50개 고등학교 4500여명의 중·고등학생이 참가했다. 원주 지역에서만 1300여명의 중·고생이 참가했다. 원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고등학교에는 공문을 보내 사전 신청을 받았는데 약 3200여명의 학생이 참가를 원했다. 결국 가능한 한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같은 프로그램을 하루 2차례, 총 4차례로 나눠 학생들의 신청을 받았다. 행사를 함께 기획한 '강원 진로진학상담교사 협의회' 박성균 교사는 "첫날 오전 800명을 예상하고 기획했는데 2000여명이 신청해 날짜를 조정하느라 매우 힘들었다"며 "전공체험에 이렇게 많은 학생이 목말라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전진탐험은 '전공강의'와 '전공체험'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전공강의'는 22개 교실별로 이뤄졌다.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고르고, 해당 분야에 대한 강의가 열리는 교실을 찾아가 듣도록 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25분짜리 동일한 강의를 두 차례 열었다.

'전공강의' 후에는 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전공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전공별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의예과는 개구리 해부체험과 심폐소생술 등 의예과에 입학하면 경험할 수 있는 기초적인 실험 교실을 열었다. 패션디자인학과는 직접 옷을 디자인하고 재봉틀을 이용해 옷을 제작할 수 있는 코너를 제공해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유진숙(육민관고 1학년)양은 "제러미 스콧(Scott)과 같은 유명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것이 내 꿈인데, 내 손으로 직접 옷을 만들어보니 꿈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알림단 학생들은 방학이 시작된 후부터 모든 일을 접고 '전진탐험' 준비에 매달렸다.

내년부터는 강원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까지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양대 측은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최한 행사로 학생들 스스로 '전진탐험'과 같은 큰 규모의 행사를 열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