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선수가 한국 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체조에서 금메달을 땄다. 양학선이 출전한 종목은 ‘도마(跳馬)’. 그런데 ‘말을 뛰어 넘는다’는 뜻의 도마 경기에 ‘말(馬)’이 왜 나오는 것일까.

도마의 올림픽 영어 명칭은 'Vault(도약, 뜀)'. 그러나 또 다른 이름은 'long horse'다. 우리나라에선 후자의 의미를 빌려 도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1년 이전의 도마. 목마 모양과 닮은 이 도마는 선수들이 추락했을 때 부상당할 위험이 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말'이 등장하는 이유는 도마(손을 짚는 기구)의 모양이 말 안장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이 종목은 중세시대 기마훈련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수가 말 안장에 오르는 모습을 본떠 손을 짚고 동작을 취하는 경기 방식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또 horse는 '목마'를 뜻하기도 한다. 2001년 형태가 다소 바뀌어 이제는 목마의 형태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도마는 목마와 유사하게 네개의 다리가 있는 ‘식탁’ 형태였다. 이 때문에 도마는 ‘목마를 뛰어넘는 경기’로 여겨졌다. 우리의 ‘도마’는 이 의미를 그대로 쓴 것이다.

2001년 새로 고안된 도마는 선수들이 다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서리를 둥글게, 쿠션을 두텁게 하는 등 최대한 안전하게 제작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기장에선 ‘말’모양의 도마를 찾아보기 어렵다. 도마에서 말의 모양이 사라지게 된 계기는 잇따른 사고와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1988년엔 미국 선수 줄리사 고메즈가 경기 도중 사고를 당해 3년 뒤 사망했고, 1998년엔 중국 선수 상란이 경기 도중 도마 위로 떨어져 척추를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이 같은 사고는 2000 시드니올림픽에도 이어졌다. 도마를 넘던 남자 선수가 추락해 다시는 운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이처럼 기존 모양대로라면 손을 잘못 짚었을 경우 떨어지면서 도마의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걸려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컸다.

이 때문에 국제체조협회(IGF)는 기존 말 모양의 도마를 포기하고 더 안전한 형태의 도마를 구상, 2001년 국제 경기부터 이용하기 시작했다. 새로 디자인된 도마는 앞쪽 모서리가 땅 쪽을 향하게 해 선수들이 도약에 실패해 도마와 충돌했을 때의 충격을 줄였고, 쿠션을 두텁게 덧대 공중 연기 중 추락했을 때 덜 다치게 했다. 또 선수들이 추락하면서 도마의 다리에 부딪혀 골절상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리도 정 가운데 두꺼운 받침대가 있는 '테이블 식'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