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기자] '도마의 신' 양학선(20, 한국체대)이 기어코 일을 냈다. 52년간 금메달을 눈 앞에서 놓쳐야했던 한국 체조계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것이다.

양학선은 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체조 도마' 결선서 1·2차 시기에서 평균 16.533점을 얻어 8명의 선수 중 최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양학선은 1차 시기서 전 세계서 유일한 7.4점짜리 초고난도 기술인 '양(YANG Hak Seon)'을 사용한 양학선은 착지서 두 발을 걸어갔지만 16.466점을 받았다.

비록 착지는 불안했지만 점수는 충분했다. 1차 시기서 받은 점수가 다른 7명의 선수들의 평균 점수보다 높았던 것. 자신감을 얻은 양학선은 2차 시기서 난도 7.0의 기술을 완벽하게 펼치며 16.600점을 받아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양학선이 도마 1위를 확정지은 데는 무엇보다 그의 비장의 기술, '양1(양학선, YANG Hak Seon)'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양학선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양1은 국제체조연맹(FIG) 기술위원회로부터 "도마 역사상 가장 높은 난도의 기술"이라고 극찬받았던 기술이다.

양1은 도마를 짚고 앞으로 한 바퀴 돈 다음 공중에서 연속 3회전(1080도)한 후 착지하는 기술이다. 국제 공식 체조 채점규칙에 올라있는 양1은 "자신만의 고난이도 기술이 있어야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양학선이 갈고 닦아 만들어낸 신기술이다.

양학선이 이 기술을 만들어낸 데는 1996 애틀란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영향이 컸다. 여홍철의 공중 2바퀴 반 비틀어돌기(여2)를 개량해 반 바퀴 더 도는 신기술로 만들어낸 것. 달리기와 도약, 회전속도의 3박자를 갖춘 양학선은 뛰어난 도약력과 회전으로 육안으로는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3회전을 성공시키며 양1을 만들어냈다.

양1이 양학선의 비장의 무기인데는 이유가 있었다. 최고 난도인 7.4의 기술이기 때문에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기술점수에서 최소 0.2~최대 0.4점의 차이가 난다. 천분의 일 단위로 순위가 갈리는 체조에서 이 점수차는 크다. 다만 난도가 높은 만큼 도마 최대의 고비로 여겨지는 착지 불안을 해결해야한다는 숙제가 있다.

더군다나 당초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혔던 2008 베이징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이자 2010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토마스 부하일(프랑스)이 부상으로 올림픽에 불참하는 호재가 발생했다. 여기에 양학선의 출전 순서가 마지막으로 결정되면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양1을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양학선은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감춰뒀던 양1을 올림픽 무대에서 꺼내들었다. 구름판을 딛고 날아올라 도마를 짚고 공중 3회전을 성공하는 양학선의 모습에 세계가 열광했다. 최고 난도 7.4의 기술, 양1은 과연 이름처럼 훌륭했다.

체조 역사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는 '도마의 신' 양학선과 함께 한 양1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런던올림픽 영광의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림픽 체조 첫 금메달의 갈증을 풀어낸 양학선은 현재 양1을 더 발전시킨 양2를 개발 중이다. 다음 올림픽 쯤에는 양학선이 선보이는 한 단계 더 놀라운 기술에 감탄할 준비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costball@osen.co.kr]

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