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8월 폭염(暴炎)'으로 지난 4일과 5일 이틀 연속 전국이 펄펄 끓었다. 폭염 여파로 팔당호 녹조(綠藻)가 확산하면서 한강 본류 일부 구간에서도 녹조 현상이 관찰되는 등 수돗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6월 하순부터 낙동강 하류를 중심으로 나타난 녹조 현상도 경북 구미 등 중류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6일을 기점으로 낮 기온이 점차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중부지방에선 섭씨 33도 안팎 무더위가 예상된다"고 5일 밝혔다.

4~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폭염과 열대야(熱帶夜·오후 6시~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상태) 등 역대 기온 최고기록이 잇따라 경신됐다. 서울은 4일 일(日)평균 기온이 31.7도를 기록했다. 이는 1908년 기온 관측 이래 104년 만의 최고치다. 5일 낮 최고기온(36.7도)은 1949년 8월 10일 이후 8월 중 기록으로는 6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28일부터 5일까지 9일 연속 열대야는 2000년 이후 최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해안 지방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 발령된 '폭염경보'(섭씨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하는 기상 특보)는 이번 주 중반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2000만 수도권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팔당댐 녹조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팔당댐의 조류(藻類·식물성플랑크톤의 일종) 개체 수는 지난달 31일 물 1mL당 552개에서 지난 2일에는 1344개로 늘어났다. 이 조류는 인체에 들어갈 경우 간·신경 독성을 일으키거나, 악취 유발 물질을 내뿜는 '아나베나(anabaena)'의 일종으로 밝혀졌다.

한강 따라 무섭게 퍼지는 녹조 낮 기온이 36.2도까지 치솟은 4일, 서울 광진구 노유동 청담대교에서 관찰된 한강의 녹조 현상. 북한강과 팔당댐 일대에서 발생한 녹조는 계속된 폭염으로 한강을 따라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일대에서 시작된 수돗물 악취는 부천시·안양시 등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부천·안양 시민에게 공급되는 정수한 수돗물에서 악취 유발 물질인 '지오스민(geosmin)' 농도가 환경 기준(20ppt)을 2~4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한명수 교수(생명과학과)는 "아나베나는 독성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수돗물 원수와 정수의 독성 여부를 조사하는 등 안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폭염과 녹조 현상은 제11호 태풍 '하이쿠이'(중국어로 말미잘)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 태풍은 5일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중국 상하이 쪽으로 이동 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중국 쪽으로 가더라도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오는 9일을 전후해 폭염 현상이 다소 누그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